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시범운영 중이지만,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지난달 같은 시기에 개관한 민주화운동기념관(서울 남영동)을 탐방했다. 전시관은 M1과 M2가 있는데 M1은 주로 자료 보존과 전시관이고 M2는 현장 보존 전시관이다. M1 전시장 입구에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유·무명의 인사들의 육필 편지, 일기장, 메모, 성명서 등을 전시하고 있다. 리영희 선생이 영어 생활을 하며 어머니 임종을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 마산의 여고생이 데모하는 대학생에게 보낸 편지, 울산의 학생들이 전교조로 감옥에 갇힌 선생님께 보낸 편지 원본 등이 투명 유리 상자 속에 전시되어 있다. 내 머릿속에는 번개처럼 이런 말이 떠올랐다. ‘이기 말이가 글이가.’

M2관은 1980년대 당시 치안본부가 민주 인사들을 연행해 가두고 고문하기 위해 특별히 지은 건물인데 5층 건물 전체를 보존해 기념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죽은 방을 4층에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 벽에는 그의 엉터리 사망진단서까지 전시하고 있다. 이는 현장의 중요함을 사실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내가 방문한 8월 16일엔 개관 기념 특별전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잘 보여줬다.

마산 이야기를 하나 하자. 1987년 12월 12일 마산체육관에서 ‘군정종식 2자연립, 후보 단일화를 위한 범도민 결의대회’가 있었다. 출연자는 백기완, 노무현, 춤꾼 이애주 교수였다. 경남지역 대학생 수백 명이 바닥에 앉아서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내가 부둥켜 안을 때/ 모순 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 붉은 태양에 녹아내리네/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나의 어깨동무 자유로울 때

우리의 다리 저절로 덩실 해방의 거리로 달려가누나/ 아, 우리의 승리 죽어간 동지의 뜨거운 눈물

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려움없이 싸워나가리/ 어머니 해맑은 웃음의 그날 위해’.

체육관을 나와서 거리를 행진하는데 청년들이 신문을 나눠 주고 있었다. 경남대학보 호외였는데 1면에 주먹만 한 글자로 이렇게 박혀 있었다. ‘찍어주자 노태우, 도끼로!’

민주주의전당은 어쩌다가 ‘이기 말이가 글이가’가 되었는가? 진실이 거슬리는 정치 세력들이 ‘온 몸으로 부딪힌 역사’를 배제하고 비틀었기 때문이다. 진실된 철학이 없으니 사실성과 감동이 없고 굴절된 기록이 되어 대중을 오도한다. 하루라도 빨리 폐관하고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이순일(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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