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미등록 이주민 혐오·폭력
반인권적인 단속과 묵인 반성해야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317명이 대거 구금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비자 문제로 벌인 일로 무장한 요원들이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이들을 체포하는 당시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한국인 노동자들의 손과 발에는 수갑과 쇠사슬을 채워져 있었고 심지어 허리에도 쇠사슬이 둘려 있었다.
구금되었던 한국인 노동자들은 귀국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모두 수용시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공되는 식수에서는 하수구 냄새가 났고, 60~70명이 한방을 썼으며, 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수용시설 직원들이 한국인 노동자들을 향해 강압적인 모습과 함께 조롱을 일삼기도 했으며, 이 탓에 노동자들은 한국으로 귀국한 후에도 여전히 그날의 기억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계에서는 이는 한국에 대한 모욕이며, 한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반인권적인 미국 당국의 행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미국에 요구했다. 미국에 투자한 다른 기업들도 “남의 나라 노동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니 황당하다”는 격앙된 반응을 이어 갔고 민주노총에서도 트럼프 정부를 규탄하는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던 나는 마음 한편이 씁쓸하기도 했다.
왜냐, 우리 국민들이 충격받은 이번 미국 공장 구금사태는 이미 대한민국 땅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무부도 미국 당국처럼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미등록 체류를 단속한다며 공장을 급습하고 이주노동자를 체포해가는 일들은 이미 너무 많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체포된 이주노동자들은 말이 좋아 ‘외국인보호소’이지 감옥과도 같은 매우 열악한 공간에 구금된다. 다시 말해, 이번 한국인 노동자들이 미국에서 겪은 일을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도 똑같이 여기 대한민국에서 겪고 있다. 특히, 2021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벌어진 일명 ‘새우꺾기’ 사건은 우리나라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인권을 얼마나 무시하고 짓밟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로 취급해오고 있다.
이번 조지아주 공장 구금사태와 관련해서 자신이 미국 당국에 제보했다고 주장한 조지아주 정치인이자 극우 성향 공화당원인 토리 브레넘은 “불법체류자를 몰아내고 싶다”라고 했다. 이와 유사한 일도 한국에서 발생했었다. “불법체류자들을 몰아내겠다”라며 미등록 이주민을 사적으로 체포하고 폭행까지 했던 극우단체 대표가 최근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은 사건이다. 이 대표도 극우 성향의 정당 소속으로 총선 출마까지 했었다.
이처럼 미등록 이주민을 향한 혐오와 폭력은 국가를 불문하고 발생하고 있다. 이번 조지아주 공장 구금사태를 보며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들도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우리 또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향해 폭력적인 단속과 반인권적인 구금을 해왔고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묵인하고 무시해왔다.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알아야지”라는 말이 있다. 이번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발생한 반인권적 사태가 우리 한국 땅에서도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은성 청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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