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가까워지려 만든 타악기 밴드
‘나도 할 수 있겠네’ 싶은 무대 만들고파
나에게 음악은 지금까지 쭉 ‘좋은 것’이었다. 음악을 하는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휙휙 바뀌지만, 그렇다고 음악이 싫은 것이 된 적은 없었다. 그 좋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무대에 올랐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치켜세워 주기도 하고, 동경하기도 했다.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오래 살아 있지 못했다. ‘잘해야만 하는’ 음악은 때때로 내 마음을 복잡하게 휘저어놓았다. 이런 마음으로 계속 음악을 해도 될까?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무대와 관객석보다 더 가까이, 내가 서 있는 곳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함께 음악을 느끼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음악이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것이 재능이든 돈이든, 무언가가 있어야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은 “아유, 저는 음악 전혀 몰라요” 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런 인식을 바꾸려면 방법이 필요했다. 악기 가운데 가장 만만해 보이는 악기가 무엇일까. 내가 경험해 본 악기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그러다 예전에 우연히 보았던 유튜브 영상 제목이 떠올랐다. ‘이건 나도 하겠다 3 대장’이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는데, 다양한 타악기를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섬세하게 맞춰야 하는 음정도, 화음도 없는 타악기. 채를 들고 두드리기만 하면 소리가 나는 악기라는 점에서 좀 더 산뜻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모임을 만들면 사람들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지 않을까?
밴드 이름도 큰 고민 없이 지었다. 타악기에서는 ‘다라락’ 하는 소리가 나니까 다라락 밴드. 혼자 ‘다다락도 락이다’ 같은 말장난을 떠올리며 쿡쿡 웃었다. 나중 일이지만, 임시로 붙인 제목이었던 다라락밴드는 참여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정식 밴드명이 됐고, ‘다라락도 락이다’는 다라락 밴드의 첫 공연 제목이 되었다.
목표했던 인원보다 신청자가 적어 어머니 아버지까지 설득 끝에 데려왔다. 그래도 생각했던 구성에서 큰 구멍 없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첫 수업 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악보도 처음 본다고 했다. 다들 다라락 밴드가 자기에게 어떤 도전이 되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늘 듣는 음악만 좋아하다가, 직접 하는 음악은 어떤 느낌일까, 무대에 서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서 신청하셨다는 이야기가 마음속 깊이 남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첫발을 디딜 수 있다니, 설레는 기분이었다.
늘 관객석에서 음악을 즐기던 사람들을 서툰 걸음이지만 무대로 데려오는 일.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까? 물론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 재미있고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시를 가르쳐 주신 서정홍 시인님은 ‘못난 시인의 기도 2(그대로 둔다/상추쌈)’라는 시에서 “하느님 / 제가 쓴 시를 읽으며/ 그까짓 시, 나도 쓸 수 있겠다! / 그렇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다라락 밴드를 시작하는 내 마음도 비슷했다. 나도 이제는 ‘그까짓 음악’을 해보고 싶다. 화려하고 멋있는 그런 무대가 아니라,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그런 무대. 사람이 먼저 보이고 떠오르는 달처럼 천천히 음악이 뒤따르는 무대. 그 무대를 향한 첫걸음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김수연 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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