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다 쥐어짰으니 팽개치려는 것
노란봉투법 핑계 속지 말고 책임 묻자
벌써 보수 언론들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이 ‘노조 전성시대’를 만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한국지엠 비자 레알 사장도 노란봉투법 때문에 본사가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것이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인 것처럼 확산하고 있다.
정말로 한국지엠은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 중 한 곳을 곧 폐쇄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는 노란봉투법 때문이 결코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장 폐쇄를 오래전부터 우려해왔다.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한 2018년 이후 산업은행으로부터 혈세 8100억 원을 지원받고 10년 더 사업을 영위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지엠은 사업을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2022년에는 부평 2공장을 폐쇄했고, 신차 트랙스의 엔진은 수입해오면서 일자리 수백 개를 감축했다. 지난 3년 동안 거의 4조 원에 달하는 누적 이익을 달성하고, 당기순이익 2조 2600억 원을 달성했지만 이 모든 것은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더욱 높이고, 주말 없이 특근을 돌린 것 덕분이다.
나이 든 노동자들이 매해 수백 명씩 퇴직하지만, 청년들을 채용하는 대신, 채용 규모는 최소한도로 줄이고, 기존 노동자들이 화장실 가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작업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1분에 한 대씩 차를 뽑아냈다.
그러면서도 차세대 차량 모델을 한국의 공장들에 배정하지 않았다. 매해 지속 가능성을 운운하면서 노동자들을 희망고문하고 노동조합을 통제해왔지만, 눈에 보이는 사실은 지엠 본사는 한국지엠이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를 수출하는 것에 완전히 만족할 뿐이라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침체 중이다. 비싼 전기차는 각 국가의 보조금 덕에 판매되고 있는 형편이지만, 경기침체가 길어질수록 대중의 구매력은 계속해서 약화할 수밖에 없다. 지엠은 최대한 수익을 높게 뽑기 위한 수만큼 차를 생산할 뿐이다. 가능한 최소한의 인력으로 공장을 가동하려는 지엠은 전 세계에서 수많은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감축해왔다.
현 차종의 판매가 그 끝에 다다르면 이미 충분히 이윤을 챙길 만큼 챙긴 지엠은 한국 사업의 구조를 다시 조정해 그 다음 수익성을 향해 나아가려고 할 뿐이다. 그것이 지난 10년, 아니 20년 동안 노동자들이 몸소 체험해왔던 현실이고, 그 체험을 통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엠은 노란봉투법이 땡큐!일 것이다. 지엠 본사가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는 여기까지 들린다. 한국 사람들의 혈세 8100억 원을 지원받고도 공장을 누더기로 만들고, 이제는 진짜 철수할 때인데, 세금을 많이 지원해주면 공장을 하나라도 유지해주겠다는 식으로 협상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선수를 쳐서 마치 노란봉투법 때문에 없던 철수 계획이 생긴 것처럼 비난 여론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것이다. 지엠의 철수는 노란봉투법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이 철수를 준비한다면 단지 한국 노동자들을 쥐어짤 만큼 다 짰으니까 이제 내팽개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노란봉투법으로 호들갑을 떠는 지엠 사측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발 사업해주세요, 하고 빌 게 아니라, 그동안 노동자들 덕에 번 돈을 갖고 튀려는 그들의 뜨끔! 하는 뒷덜미를 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고,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생존권을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싸워야 할 시점이다.
/이효정 청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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