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장 공석 속 임명직 권한 넘어 활개
선출직 배출 주체인 정당도 제 역할 못해
지난 4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며칠 뒤 임기가 종료되는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부장판사를 지명하면서 크게 논란을 일으켰다. '임명직'에 불과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월권'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한 변호사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하면서 논란이 불식됐다. 이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선출직'과 '임명직' 공무원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권자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공무원의 권한과 궐석 사유로 잠시 대행하는 행정직 공무원의 권한이 같을 수도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지난달 진해 풍호동 진해아트홀과 아트홀도서관이 8월 준공을 앞두고 주민들 반발에 부딪혔다. 도서관 공간 일부를 변경해 사무실과 전시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2부시장 주재로 문화예술과와 도서관사업소, 시설공사과 등 3개 부서가 설계변경을 추진했단다. 이유는 "진해지역의 문화적 수요를 고려할 때 2개 문화센터를 동시 운영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것인데, 그 시점이 참 고약하다. 이들 임명직 공무원들이 이 판단을 내린 4월은 선출직 공무원인 홍남표 전 시장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때다. 선출직이 사라지는 마당에서 임명직들이 칼춤을 춘 셈이다. 내용도 오만하다. 진해지역의 문화적 수요가 낮다고? 그 정확한 뜻이 무엇인가? 수요가 낮게 나타났다면 그 원인을 찾아 다른 지역만큼 높일 방법을 찾는 게 도리다. 수요가 낮으니 공간을 줄이겠다는 발상은 다분히 폭력적이다. 누가 그런 판단을 할 권한을 그들에게 줬나?
대상공원 '빅트리' 문제도 심각하다. 창원시는 이달 안에 시민 의견 수렴을 다 마치고 10월에 디자인 전국 공모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디자인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올 연말까지 확정 짓고 공사는 내년 상반기에 한단다. 그런데 그 일정 내내 선출직 시장이 공석이다. 선출직이 없을 때 임명직들이 다 해치우자는 건가? 말이야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단다. 하지만, 그 실력과 진정성을 'NC 다이노스 지원계획 시민설명회'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평일인 목요일 오후 3시에 열린 설명회에는 실제 야구팬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상인회 등 금전적 이해 당사자들은 주제와는 무관한 주차장 차단기 타령, 유스호스텔 타령을 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해 공동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선거를 통해 승복하는 시스템을 우리는 민주공화정의 기초라고 믿는다. 그래서 선출직에게 막대한 권한을 위임했고, 임명직도 통솔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선출직 없는 창원시에 임명직만 활개치고 있다. 또 다른 선출직인 의회는 무기력해 보인다. 야구장에서 사고로 관중이 숨지고 다쳤는데, 7행시가 뭔가? 그렇다면, 선출직 공무원을 배출하는 주체인 정당이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불과 10개월 뒤면 지방선거다. 도시 차원의 이슈가 터졌을 때 각 정당이 자기 이름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시민 여론을 형성하며, 마침내 선거 공약으로까지 발전시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민주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100만 도시에 그런 정당이 안 보인다. 풍문으로 듣기에는 내년 후보 자리를 놓고 내부 경쟁에 여념이 없단다. 장은 섰고 손님들은 이미 모여들었는데 장사꾼은 집안 싸움한다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답답~하다.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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