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기간 짧아야 피해 줄어
온실가스 감축 포기해선 안돼

올여름 한반도는 폭우와 폭염이 여러 번 교차하고 있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이어지는 전통적인 여름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다들 기후변화를 거론하지만, 그 기후변화를 일으킨 게 사람이라고 보면,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로 제 발등을 찍고 있는 셈이다.

지구 기온은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았다.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기온 상승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뚫렸다. 올여름엔 경남에서만 3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까지 1명 나왔다. 폭염은 더 심해지고, 가뭄도 홍수도 더 심해질 전망이다.

기후위기는 육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 역시 열병을 앓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해양의 96%에서 해양열파(marine heatwave)가 관측됐다. 해양열파는 바닷물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가 며칠에서 몇 주간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한반도 주변도 해양열파가 심각하다. 지난해 한반도 연안의 표층 수온은 평균 18.74도였는데,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지난 57년간 1.58도가 올랐는데, 전 세계 평균 상승폭의 두 배가 넘는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냉각수로 사용하는 바닷물 온도가 설계기준보다 높아질 수도 있어 향후 10년 내에 원전 8기의 가동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울릉도와 독도, 강원도 강릉 바다는 '아열대 해역'으로 바뀌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에 따르면, 독도·울릉도의 여름 어종 중 74%가 열대 또는 아열대성 어종으로 분류됐다. 삼치·전갱이·방어 같이 남쪽에 살던 어종이 동해안에서 자주 잡힌다.

지난달 강원도 삼척 앞바다에서는 200㎏이 넘는 참다랑어가 잡혔다. 예전에는 일본 남쪽에서나 보이던 어종인데, 동해까지 올라왔다. 2018년 2t이던 국내 연안 참다랑어 어획량은 지난해 168t으로 급증했다. 어획 쿼터를 초과해 참치 수백 마리를 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상어도 북상 중이다. 강원도 고성·강릉 등지에서는 청상아리가 낚싯줄에 걸려 올라왔고, 정치망(그물)에 걸려든 상어도 2022년 1마리에서 지난해 44마리로 급증했다. 지난달 부산 기장에서 적도 해역에 사는 향고래 새끼가 발견됐고, 제주 바다에서는 수족관에서나 보던 만타가오리가 출현하기도 했다.

어민의 생업도 위협을 받는다. 고수온으로 광어·우럭·멍게 등이 대량 폐사했고, 창원의 미더덕은 생산량이 급감해 축제가 취소되기도 했다. 지난해 전국의 고수온 피해액만 1430억 원에 이른다. 오징어는 2018년 1만 5903t에서 2024년 2906t으로 급감했고, 명태는 자취를 감췄다.

극단적인 폭염과 호우를 겪으며,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세계 석학·전문가들은 호소한다.

기후위기는 뜨거운 것을 만지는 것과 같다. 뜨거운 데 오래 닿을수록 화상은 심해지기 마련이다. 데었으면 재빨리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가야 한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이 폭염이든, 해양열파든 온도 상승폭은 가능하면 작게, 뜨거운 기간은 최대한 짧게 겪어야 한다. 그래야, 생태계도 회복하고 사람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지구는 우리 인류의 유일한 삶터다. 지구 기온 상승 1.5도 저지선이 뚫린 후에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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