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곳곳에서 배수시설 미작동 탓 침수
충분한 시간·예산 들여 체계적인 개선을

극한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달 19일. 진주 사봉면 방촌리 일부 지역이 심각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계속된 폭우에 승용차가 거의 완전히 물에 잠길 정도였다. 대피를 못한 일부 주민은 소방서로 연락해 고무보트로 피신할 만큼 긴급했다. 폭우가 원인이기도 했으나, 침수된 건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이 지역 바로 옆에는 남강으로 흘러가는 반성천이 있다. 반성천에는 침수에 대비해 '반성제3배수통문'이 설치돼 있는데, 이 시설이 가동되지 않아 심각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진주시가 원격으로 배수문을 조정하는 첨단 시설을 갖췄지만, 그날은 무용지물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공장과 주택이 침수돼 수억 원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했다. 공장주와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진주 명석면에서도 이날 상가와 명석 초·중학교, 일부 상가 등 침수 피해가 났다. 인근 나불천 등이 범람한 게 원인이었다. 그런데 이 지역도 나불천에 설치된 삭평배수장이 문제였다. 일부 배수 펌프기가 가동을 하지 않아 침수 피해를 키웠다. 그동안 웬만한 폭우에도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런 침수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민이 설치된 4개 배수 펌프기 중 1대가 가동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진주시는 펌프 한 대가 과열로 작동을 멈췄다고 얘기했으나, 주민들은 관리 부실을 의심하며 인재를 주장했다.

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가 관리하는 진주 사봉면 북마성마을 인근에 있는 배수장도 같은 날 가동 중간에 완전히 멈췄다. 이 탓에 북마성마을 주민 생계가 걸려 있는 농경지 약 8㏊와 비닐하우스 1동, 밭 1만㎡ 등이 침수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배수 펌프기 2대가 설치된 북마성배수장은 농어촌공사의 자체 판단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계속된 폭우로 배수장이 침수되면서 감전 등 인명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피해를 본 주민들은 배수장 내부로 물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양수기를 작동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했으면 충분히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농어촌공사의 부적절한 대처에 따른 인재라며 피해 대책을 호소했다.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들 지역 외에 여러 곳에서도 배수시설 문제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의 침수 피해에서 보듯이 지방하천에 설치된 배수시설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주시와 농어촌공사가 제때 제대로 대처했으면 충분히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피해 주민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여기에 더해 진주시가 지방하천에 설치한 배수문이 부서별로 이원화돼 관리되고 있어서 체계화된 관리를 위해 일원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폭우는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해마다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에 진주시 등 관계당국은 급조해서 향후 대책을 세워서는 안 된다. 이번 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침수 피해를 막거나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들여 철저한 배수시설 점검과 관리자의 교육 등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통합 관리시스템을 갖추는데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

/허귀용 자치행정2부 부장, 진주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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