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세계문화유산이 된 제주 곶자왈
거제 노자산 독특한 생태계도 파괴 위기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번에 제주에서 알게 된 건 '곶자왈'이라는 곳이었다. 곶자왈이란, 제주도의 독특한 지형과 생태계를 형성하는 숲을 일컫는다. '곶'은 '숲', '자왈'은 '가시덤불', '무언가 얽혀있는 모양'의 합성어라고 한다.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점성 높은 용암이 굳어지면서 형성된 불규칙한 암괴지대에 나무와 덩굴 식물이 자라나 원시림 같은 숲을 이룬 곳을 말한다. 곶자왈 지역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소개되었다. 이런 곶자왈 지역은 제주도에서 10% 미만으로 있었으나 현재 골프장 등 개발로 말미암아서 5% 정도 남아있다고 한다.
제주도는 1960년대까지도 먹거리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으로 여겨진 곶자왈은 헐값에 거래되었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제주도 역시 골프장 개발을 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저렴한 땅을 원했다. 제주도 골프장은 곶자왈을 파괴하면서 지어졌다. 그러나 이후 곶자왈의 기능이나 생태학적 가치가 주목받게 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곶자왈 그 자체로의 가치가 인정받게 되자 이미 사유지로 되어 있는 곶자왈 지역을 기금을 모아 다시 사들여서 도나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애쓰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한 곳이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이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전 인류가 보호해야 하는 자산이라는 걸 유네스코에서도 인정받았지만 그럼에도 제주 2공항을 지으려고 여전히 추진 중이고 비자림 삼나무 숲길에 도로를 내고 확장을 하려는 시도가 계속 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경남은 어떨까. 최근 거제 노자산에 골프장을 건립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자산에는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딘 나무들과 다양한 생명체들을 품은 숲, 노자산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글자 그대로 아름답다. 풍성하고 독특한 생태계가 구성되어있는데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이런 자연적 가치가 매우 높은 노자산이 골프장 개발 위협을 받고 있다. 골프장 개발은 필연적으로 많은 환경을 파괴한다. 골프장을 지으면 제일 먼저 산림파괴로 그 안에 사는 생물 다양성 파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골프장 잔디를 유지하려면 농약이나 제초제를 많이 뿌리게 되는데 이는 토양 오염을 일으킨다. 주변 야생동물들에게도 피해가 상당할 것이다. 거기다 잔디 유지를 위한 지하수 과다 사용으로 지하수 고갈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환경파괴는 기후위기를 부채질 하게 될 것이다.
노자산 골프장 개발은 멸종 위기종 대흥란을 옮겨 심으라고 한 점, 공익성을 기반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한 점 등을 보면 절차상 문제도 많다. 공익성을 담보로 하면 개발 승인이 더 쉬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골프장이 어떤 공익성이 있다고 봐야 하는지 모호하다. 산에 임도만 내도 산불이 다니는 길이 되어 산불재해가 발생하기 쉬운데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내리고 지하수가 오염되고 그마저도 고갈된다면 산불에 취약한 곳이 될 수도 있다.
자연을 지키고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 위협에 적극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노자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한다고.
/김경민 '싸우는 노동자를 기록하는 사람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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