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고발 영화 <추적> 창원 시사회
최승호 뉴스타파 감독, 장광연 PD 등 제작
4대강사업 실체는 '대운하 건설' 거짓말 주목
창원서 시사회...출연진 "후손 위해 복원해야"

최승호(가운데) 뉴스타파 감독, 장광연 PD 등이 제작한 영화 ‘추적’의 한 장면. /스틸컷
최승호(가운데) 뉴스타파 감독, 장광연 PD 등이 제작한 영화 ‘추적’의 한 장면. /스틸컷

“4대강 수심 6m, 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

스크린에서 최승호 뉴스타파 감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묻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답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간다.

최 감독이 17년 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사업인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사업을 추적해 영화로 제작했다. 영화 <추적>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 △언론 장악 실체 △4대강 사업 이후 강의 변화 △4대강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 △4대강 재자연화 등을 다루고 있다.

최 감독을 비롯한 제작·출연진은 4일 오후 7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롯데시네마 창원점 1관에서 <추적> 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120여 명이 자리해 추적을 관람했다.

◇‘강 정비’ 탈 쓴 대운하 사업 = 영화는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해 서울부터 부산까지 수로를 만드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했지만, 국민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강 정비’를 내세운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 이 전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과 달리 물 부족 해결, 수해 예방 등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또 다른 이름의 대운하 사업이었다.

영화는 이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계획할 즈음, 지지율 회복과 언론 탄압을 목표로 공영방송에 낙하산 인사를 보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MBC에 김재철 사장을 보낸 것이다.

당시 최 감독은 2008년 MBC에서 PD수첩 피디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을 검증하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 감독이 4대강 사업 관련 내부 관계자에게서 제보를 받는다. 4대강 사업은 결국 강 정비 탈을 쓴 대운하 사업이라는 것이다.

제보자였던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운하 사업 핵심은 강 수심을 6m로 만들어 배가 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 계획도 강 수심을 6m로 파내고, 보를 세운다는 기존 대운하 사업과 결이 같았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결정적 제보를 바탕으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영상을 제작했다. 이 영상은 2010년 8월 17일 MBC PD수첩에서 방영될 예정이었지만, 당시 김재철 사장 지시 아래 방송 보류됐다. 정권의 눈 밖에 난 최 감독은 2011년 PD수첩 담당 피디 자리에서 물러났고, 2012년 해고됐다. 4대강 사업은 언론의 입을 틀어막은 채 속행됐고, 2012년 완공됐다.

최승호(가운데) 뉴스타파 감독, 장광연 PD 등이 제작한 영화 ‘추적’의 한 장면. /스틸컷

◇물고기 집단 폐사·녹조 현상 심각 = 최 감독은 이 전 대통령에게 탄압받은 언론인들과 새로운 매체 뉴스타파를 차렸다. 그는 2012년 4대강 사업 대상 지역인 경북 구미시 동락공원 하류 물고기 집단 폐사 현장 등을 조명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낙동강 8개 보가 닫혔고, 강에는 녹조가 창궐했다.

영화는 정권이 바뀌면서 변화도 따랐다는 것에 주목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4대강 6개보 상시 개방이 이뤄졌다. 보가 개방된 곳은 금세 재자연화에 성공했다. 낙동강은 농업용수 확보 문제로 보 개방이 이뤄지지 못했다.

낙동강은 물이 흐르지 못해 연꽃이 피었다. 호수 물고기인 강준치가 낙동강을 점령했다. 낙동강은 더운 날이면 초록색 녹조로 물들었다.

녹조 독성은 주민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이승준 경북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주목한다. 이 교수팀이 낙동강 일원에서 재배된 쌀 23종을 분석한 결과, 7곳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환경단체들은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낙동강 인근 주민의 녹조 독소 노출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02명 중 46%(47명)가 콧속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한다.

2022년 윤석열 정권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보 개방을 중단하고, 보 해체 또한 백지화했다.

영화는 4대강 사업이 이 전 대통령의 거짓말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후손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막을 내린다.

최승호 뉴스타파 감독을 비롯한 제작·출연진은 4일 오후 7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롯데시네마 창원점 1관에서 영화 ‘추적’ 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120여 명이 시사회에 자리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최승호 뉴스타파 감독을 비롯한 제작·출연진은 4일 오후 7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롯데시네마 창원점 1관에서 영화 ‘추적’ 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120여 명이 시사회에 자리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4일 오후 7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롯데시네마 창원점 1관에서 영화 ‘추적’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임희자(오른쪽)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승호(가운데) 뉴스타파 감독이 녹색으로 물든 낙동강 물을 들고 있다. /안지산 기자
4일 오후 7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롯데시네마 창원점 1관에서 영화 ‘추적’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임희자(오른쪽)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승호(가운데) 뉴스타파 감독이 녹색으로 물든 낙동강 물을 들고 있다. /안지산 기자

◇4대강 재자연화 ‘남은 과제’ = 영화 이후 이어진 시사회에서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지난 3일 낙동강에서 떠왔다며 녹조로 가득한 초록색 페트병을 관람객에게 보였다.

임 위원장은 “이 물은 창원 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 본포 취수장에서 떠온 것”이라며 “이 물이 석동 정수장, 창원공단, 벼 농가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준 경북대 교수는 낙동강 등 녹조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낙동강의 녹조가 얼마나 위험한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 등은 끊임없이 녹조 독소 위험성을 강조해왔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 감독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자 녹조 실체를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녹조가 폭염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며 “녹조에 물든 물이 농업용수에 쓰이면 비료가 된다는 거짓말도 보탰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사회에 참여한 송순호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4대강 복원 정책이 곧 준비될 것이며,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주연옥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4대강 문제가 심각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환경단체와 연대하지 못한 데에 미안함을 느낀다”며 “특히 낙동강 녹조 문제는 미래 세대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만큼, 지역민이 더욱 관심 갖고 해결을 촉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영화 ‘추적’은 6일 전국에서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1시간 39분이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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