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다 물 속 쓰레기 보며 반성했다
바다 들어가는 것부터 파괴 행위라고

이번 여름은 더위를 식힐 겸 인생 첫 '스노클링'을 하고자 작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그렇게 제법 달렸을까, 목적지를 향해 점점 속도를 높이던 배가 갑자기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이유가 뭐지? 배가 고장이 났나? 걱정이 돼 보트 주변을 둘러보니 아뿔싸 수많은 쓰레기가 배 주변을 넓게 둘러싸고 있었다. 바로 바다를 떠도는 쓰레기 더미 사이를 안전하게 지나가려고 배 속도를 줄인 것이다. 쓰레기 더미에는 낡은 비닐봉지부터 플라스틱 페트병, 그리고 찢겨 형체를 알 수 없는 자잘한 쓰레기들까지. 바다를 떠도는 해양쓰레기에 관한 이야기는 기사로만 봤지, 눈앞에서 바로 목격하니 그 심각성이 느껴졌다.

이 아름다운 바다에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배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는 것, 그리고 스노클링을 즐기고자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사실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데 동참하는 것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부끄럽고 이기적이게도 막상 바다에 들어가니 불편한 마음도 잠시, 그곳에 서식하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생명체들에게 마음을 뺏기며 아까 만난 해양쓰레기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홀린 듯 수영을 즐기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어디에서부터 떠내려오는지 모를 플라스틱 페트병 하나. 배 주변을 둘러쌌던 쓰레기 더미에 이어 바다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페트병 하나를 보니 다시 정신이 차려졌다. 저 페트병은 어디서 왔을까? 육지에서 흘러왔을까? 아니면 관광객이 바다 한가운데에 버린 것일까? 그리고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 7배, 무게로는 1억t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 섬이 있다. 바다 쓰레기는 강에서 바다로 그리고 바다에서 해류를 타고 더 넓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그리고 그 일부가 모여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일부'이다. 나머지 쓰레기들은 아직도 바다 위를 떠돌며 새로운 쓰레기 섬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강이나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 과연 해양오염을 막고 생물을 보호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선크림과 '바디스크럽' 등에는 대부분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쉽게 분해되지도 않아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요즘은 이러한 환경 이슈들로 인해 '미세플라스틱 제로' 제품들이 제법 출시되고 있기는 하나 가장 좋은 것은 스크럽 제품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선크림을 바른 채로는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환경에 좋지 않을까? 그것을 자연도 가장 원할 것이다.

자연을 즐기고픈 마음. 그러나 자연을 즐기는 행위가 인간에겐 단순한 기쁨을 선사할진 몰라도 자연에는 파괴와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상당히 죄스럽고, 반성하게 된다.

자연을 즐기고픈 마음과 자연을 지키고픈 마음.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지만 어쩌면 자연을 잘 지키는 것이 자연을 가장 잘 즐기는 것은 아닐까?

/조은성 청년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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