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 기자
NC 다이노스 - 창원시 양쪽 어디라도

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 이서후 부장
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 이서후 부장

최근 문학과지성사에서 이창동 소설집 <소지>와 <녹천에는 똥이 많다> 두 권을 재출간했다. 40년 만이라고 한다.

이창동은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교사로 일하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저리'가 당선돼 문단에 들어선다. 그가 쓴 '눈 오는 날', '용천뱅이', '슈퍼스타를 위하여' 같은 작품에는 시대와 인간, 윤리와 고독이라는 주제가 겹겹이 녹아 있다. 그가 다루는 인간은 강하지 않다. 오히려 흔들리고, 좌절하며, 질문을 멈추지 않는 쪽이다.

질문은 소설에서 영화로 이어진다. 감독 데뷔작인 <초록물고기>(1997)에서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그리고 <버닝>(2018)까지 서사가 쌓이는 방식은 더디지만, 그 더딤이 곧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된다. 카메라는 쉽게 설명하지 않고, 인물은 끝까지 말을 아끼며 관객이 영화를 견디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쩌보면 그의 영화는 2시간짜리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창동의 소설과 영화는 장르가 다르지만, 그 안에 놓인 인간은 늘 낙오되고 상처받으면서도 여전히 무엇인가를 붙들고 싶은 존재로 등장한다.

이창동의 작품에는 '답'이 없다. 대신 '머무는 질문'이 있다. 이창동은 그렇게 말 없는 질문을 우리 앞에 놓는다. 그 질문이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불편함에 머무는 건 사실 기자들의 일상이다.

"역겨우니까 그만 언론플레이 해라." "역시 창원시와 토착 언론사, 에라이."

지난달 초 NC 다이노스가 창원시에 요구한 사항이 담긴 문서 내용을 보도한 박신 기자의 기사에 달린 글이다. 마치 창원시와 박 기자가 짬짜미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솔직히 박 기자로서는 속상한 일이다.

3월 29일 관중 사망사고 이후 창원NC파크 재개장 첫날 NC 다이노스 대표가 연고지 이전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한 창원시 대처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썼던 그다. 그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연고지 이야기가 나왔다.

박 기자는 배경 분석과 함께 구단이 창원시에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했는지 문건을 입수해 살폈다. 창원시에 결점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구단 요구에도 어느 정도 무리가 있다고 보고 쓴 기사였다.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박 기자는 NC에 애정이 많다. 하지만, 필요하면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게 기자다. 그렇기에 박 기자는 '팬심' 이전에 평정심으로 사안을 바라봤다. 다행히 누군가는 이런 노력을 알아보고 이런 댓글을 달았다.

"스포츠지가 취재하지 않는 영역을 취재하고 있는 거 같아요. 경남도민일보가 그 어떤 언론보다 창원시 비판 기사 많이 쓴 곳이잖아요. 그땐 관심 못 받고 외롭게 싸우다가 이번에 무슨 '창원시랑 짜고 친다, 언론 플레이다' 이런 소리 듣는 게 안타까워서 댓글 달아요."

물론 경남도민일보가 창원시든, NC 구단이든 싸우려 든 적은 없다. 다만 불편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을 뿐이다.

이창동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기자도 인간이기에 흔들린다. 하지만, 흔들리면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답 없는 문제'를 들고 지금도 머리를 싸매고 풀고 있다.

적어도 박신은 그런 기자다.

/이서후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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