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전 딸기 농가 등에 군·민간 봉사자 투입
토요일 2810명 봉사자 수해 현장 복구 '구슬땀'
논밭서 민간 봉사자들 하우스 폐기물 철거 주력
산사태구역선 건설기계 활약...실종자 수색 계속
'산불피해' 경북서 봉사자 찾아 도움 손길 내밀어
주민들 "감사하면서도 복구 막막해 착잡한 마음"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신기리 딸기 피해 농가 박덕제 씨가 홍수 피해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신기리 딸기 피해 농가 박덕제 씨가 홍수 피해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특전사 군인들이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신기리 딸기 주산지 홍수 피해현장에서 복구작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특전사 군인들이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신기리 딸기 주산지 홍수 피해현장에서 복구작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경남노동자통일선봉대 회원들이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신기리 신기마을 딸기 주산지 홍수 피해현장에서 복구작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경남노동자통일선봉대 회원들이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신기리 신기마을 딸기 주산지 홍수 피해현장에서 복구작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휴일인 데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폭우 피해 복구 봉사에 나서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산청군 신안면 신기마을 주민 조외숙(49) 씨는 구슬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낮기온 33도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 수해 복구에 손을 보태고자 각지에서 산청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은 쨍쨍한 볕을 가려줄 지붕 하나 없는 논밭에서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신기마을은 50가구 60여 명이 사는 곳으로, 대다수는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과 들판은 19~20일 폭우로 물에 잠겼고, 수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만신창이가 된 딸기 하우스만 남았다. 신기마을 딸기 하우스 내부는 토사와 폐기물로 가득했다. 딸기 하우스 뼈대인 철근마저 멋대로 휘어 진입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산청군 등이 집계한 지난 26일 투입된 자원봉사자는 군·경찰·소방·민간 등 2810명이다. 피해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해가 뜨자마자 분주하게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오전 7시, 특수전사령부 소속 부대 군인 340여 명이 낫·마대자루 등을 손수레에 담아 신기마을 수해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낫으로 딸기 하우스에 엉겨붙은 비닐을 제거하고, 물에 휩쓸려온 폐기물을 담아 마을 진입로에 쌓았다. 간간이 차량이 마을을 다니며 폐기물을 정리했다. 곳곳에는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이동형 쉼터, 냉음료가 비치됐다. 응급환자 발생을 대비해 응급차량과 긴급의료키트 등도 준비돼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복구에 나섰다. 박덕제(67) 씨는 딸기 농사 24년차에 이런 처참한 일을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딸기 하우스 13개 동은 모조리 무너졌고 저온창고 등 컨테이너 3개 동도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하우스 한 동당 수익은 3000만 원 안팎인데, 올해는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됐다. 딸기 모종마저 전부 침수돼 내년 농사도 걱정이다.

박 씨는 며칠 전 건설기계 지원을 받아 컨테이너 일부를 찾아왔다. 그러나 쑥대밭이 된 하우스를 정리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다. 딸기 농사를 다시 시작하려면 하우스 쓰레기 처리, 비닐 수거, 철근 제거, 토양 가꾸기, 하우스 재설치 등을 해야 하는데,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철근 제거 작업은 전문가와 건설기계를 투입해야 하기에 일반 자원봉사자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해 복구에도 우선순위가 있을 테니 급한 구역 먼저 하는 게 맞긴 한데 올 여름 내에 전부 복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경북안전기동대 대원들이 7월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수대리에서 딸기 하우스 내부 비닐을 제거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경북안전기동대 대원들이 7월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수대리에서 딸기 하우스 내부 비닐을 제거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오전 10시가 되자 신기마을 진입로는 서서히 자원봉사 차량으로 가득 찼다. 민주노총 소속 경남노동자통일선봉대 130명은 신기마을 이장 배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딸기 하우스 쓰레기 수거 작업을 펼쳤다.

노동자통일선봉대원 박정현(45) 씨는 “30도 넘는 날씨에 온열질환이 두렵지만, 우리가 농민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힘을 낸다”며 “노동자와 농민이 연대해 수해 피해를 이겨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구역 작업이 끝나면 신기마을회관 앞 정자에 모여 얼음물, 아이스크림으로 쌓인 열기를 식혔다. 노동자통일선봉대원들은 20여 분 휴식 후 다시 목장갑을 끼고 수해복구 구호를 외치며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이날 산청군 신등면 율현마을도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율현리는 실종자 1명을 찾지 못한 지역이라 침체된 분위기였다. 굴착기가 건물 잔해를 치우고, 군 관계자가 군견을 동원해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정부·자치단체·경찰·소방당국 관계자도 수색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경북안전기동대 대원이 7월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수대리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에서 얼음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경북안전기동대 대원이 7월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수대리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에서 얼음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주민 ㄱ 씨는 “우리 마을은 민간 봉사자보다는 군경 위주로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실종자를 찾는 민감한 현장이다 보니 우리는 친인척이 모여 조용히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 씨와 그 친인척들은 흙탕물로 범벅이 된 집 마당을 닦고, 쓰레기를 마대에 담아 밖으로 날랐다.

율현마을 입구에는 간식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커피 나눔을 하는 김승호 씨는 3월 산청 산불 때도 현장에 커피차를 지원했다. 김 씨는 “며칠 동안 수해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지켜보고 있는데 모두 얼른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며 “산청에 다시는 재해가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율현마을에는 간이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그렇지 못한 소규모 마을은 마을회관을 화장실·냉방쉼터 겸용으로 두고 있다.

경북안전기동대 대원이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수대리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받고 있다. /안지산 기자
경북안전기동대 대원이 26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수대리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받고 있다. /안지산 기자

경북에서 온 연대자들도 있었다. 3월 대형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본 경북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산청의 아픔을 함께하며 복구에 손을 보탰다. 경북안전기동대 남부지대 대원 40여 명은 신안면 수대마을에서 하우스 복구 작업을 했다. 안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들은 각자 장비를 활용해 하우스 정리와 더불어 철근 해체 작업을 척척 해냈다.

금옥희 경북안전기동대 남부지대장은 “우리는 현장 철거·복구 전문가로 구성돼 있어 이런 재해 현장을 자주 찾는다”며 “자체적으로 굴착기도 챙겨와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들이 딸기 하우스에서 폐기물·비닐을 수거하면, 굴착기가 하우스 뼈대인 철근을 뜯어내는 식이다.

이들은 경북 산불 당시 경남도민의 연대에 보답하고자 마음을 담아 복구 작업에 임했다. 금 대장은 “3월 경북에 처참한 대형산불이 발생했을 때 경남 산청에서도 화재 피해를 봤음에도 경북까지 찾아와 복구에 힘을 보태줬다”며 “우리도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오게 된 만큼, 최선을 다해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7일까지 사흘간 산청에 머물며 복구 활동을 벌였다.

군인들이 26일 산청군 신등면 율현리에서 군견 등을 동원해 홍수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군인들이 26일 산청군 신등면 율현리에서 군견 등을 동원해 홍수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푹푹 찌는 더위가 더한 점심때, 수대마을에 임시로 설치된 무더위 쉼터에 자원봉사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쉼터가 식사 인원으로 가득 차자, 일부 봉사자들은 땡볕 아래 간이 테이블을 설치해 끼니를 때웠다. 진주시 동부지역 5개면 주민으로 구성된 국제로타리 3590지구 소속 한 봉사자는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그는 “더 더워지기 전에 일을 바짝 해야 한다”며 소화도 안 된 몸을 일으켜 서둘러 목장갑을 꼈다. 그러면서 “우리 서부경남지역이 수해를 입었는데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며 “오후 3시가 되면 너무 덥기에 지금 작업을 많이 해두고 오후 5시까지는 쉬엄쉬엄 작업하려 한다”고 말했다.

산청 주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보내는 도움의 손길에 감사해 하면서도,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신기마을에서 10년째 딸기 하우스를 해 온 이우양(57) 씨는 “수해에 이어 폭염마저 닥치니 하늘이 야속하다”며 “마음 같아선 밥도 먹이고 아이스크림도 드리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안 되니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규모가 대단해 올여름 안에 현장 복구가 완료되면 천만다행일 정도”라며 “봄 산불, 여름 수해로 액땜했으니 이제 다시는 천재지변이 우리 지역에 찾아오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쓴웃음 지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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