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용역을 거쳐 계획했던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초기 전시 구상안조차 알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료를 줄 것처럼 말하더니 결국 민주주의전당 건립에 앞서 진행된 '창원시 민주주의전당 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용역' 문건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시는 "국민의 생명 등 공익 침해"를 들어 본보가 제기한 정보공개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시설 건립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창원시 민주주의전당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과 '민주주의전당 건립 설계단계 건설사업관리용역' 자료도 공개를 거부했다.
아무 문제 없는 용역이라면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세금으로 용역을 벌여놓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어떤 고민 끝에 전시물을 민주주의전당에 담았는지 조금도 지역사회에 공유하지 않고 있다.
"자료가 방대해서 문제가 되는 내용을 하나하나 가리고 공개하기 어렵다"거나, "지침상 전체 비공개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뒤늦게 행정 편의주의적 발언만 반복한다. 이런 태도이니 정보공개는커녕 시민에게 전시 내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공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창원시가 이제 와 부분 공개조차 어렵다며 용역 문건을 감추는 건 이상한 일이다.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처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의 신청하라고 등 돌리는 시 공무원 태도도 그렇다.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반민주적 대응으로까지 읽힌다.
전시 용역 결과가 시민이 마땅히 알아야 할 만큼 중요한 정보라고 여기지 않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어떤 업체가 용역을 맡아 전시 방향과 내용을 정했는지, 누구 입김이 이번 전시에 크게 반영됐는지 외부에 알릴 의무가 없다고 판단해서일까? 그저 개인 업무량이 늘어나는 게 싫고 힘들어서 공개할 생각조차 안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배경이 어떻든 창원시는 이제라도 태도를 달리해야 한다. 임시 개관과 동시에 부실·왜곡 전시라는 비아냥을 받는 상황일수록 투명하게 행정을 펴는 게 맞다. 민주주의 원리가 녹아들어 있어야 할 시설을 책임지면서 지금처럼 반민주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지탄만 받을 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민주주의전당에는 국비와 경남도비, 창원시비 등 총 353억 원이 들어갔다. 큰돈을 들여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건물을 지은 만큼, 시설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행정을 펴서는 안 된다. 용역 결과부터 공개해야 한다. 시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외면하는 모습은 그만 보고 싶다.
/최석환 시민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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