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한화오션·삼성중, 살수차 투입·냉방용품 지원·점심시간 연장 등
"땡볕에 달궈진 철판 위에서 작업하다 보면 체감온도가 37~40도까지 올라간다. 조선소 현실에 맞는 휴게시간 보장이 필요하다."
지난달 말부터 보름째 폭염 특보가 이어진 10일 오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는 조선소 작업 현장 모습을 전하며 이렇게 당부했다.
불꽃 튀는 용접이나 햇빛 내리쬐는 실외 도장 작업 등 거대한 쇳덩이 배가 작업장인 조선소 노동자들이 때 이른 폭염에 악전고투하고 있다. 작업복에 안전모·안전화를 갖춰 입고 일하다 보면 땀이 마를 새가 없다.
조선소마다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온열질환 예방 대책을 주문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건설·조선·물류 등 폭염 고위험사업장 등을 중심으로 33도 이상 폭염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부여 등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을 발표했다.
◇휴게시간 연장 =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혹서기 작업장 온도 낮추기에 주력하는 한편 노동자들 휴게시간을 늘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낮 기온이 28도 이상이면 점심시간을 낮 12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로 30분 늘리고, 31.5도를 넘기면 오후 2시까지로 연장한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오전 10시와 오후 3시 휴식시간을 10분에서 20분으로 연장하고 있다.
삼성중은 28.5도 이상이면 점심시간을 30분 연장, 32.5도 이상이면 1시간 연장하고 있다.
강인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체감 온도는 어디에서 누가 측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조선소 곳곳에 온도계를 설치해 폭염에 대응해야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한화오션 혹서기 휴게시간 연장 정책은 1992년 만들어진 것으로, 요즘 같은 기후위기 상황에 맞춰 바꿔야 할 때가 됐다"면서 "점심시간·휴게시간을 30분~1시간 늘린다고 해도, 실제로 오후 1시 30분에서 3시 30분까지는 한낮에 달궈진 철판이 가장 뜨거울 때여서 휴게시간 보장 대책이 조선소 현실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다"고 밝혔다.
◇냉방버스·보양식 = 한화오션은 생산 계획과 일정에 따라 폭염에 노출되는 상황과 정도가 바뀌는 조선소 특성을 고려해 이동식 냉방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최근 물량 증가로 작업 인원이 늘어난 해양플랜트 건조 구역에는 '냉방버스'를 운영해 폭염을 피하지 못한 인원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했다. 한화오션은 냉방버스를 추가 확보해 9월까지 운행할 계획이다.
안벽 작업장 등 실외 작업이 빈번한 곳을 찾아 얼음생수도 제공한다. 또 에어컨·정수기·식염 포도당 등이 비치된 임시 휴게실을 현장과 선상에 집중 배치했다. 임시 휴게실은 총 98곳으로 지난해보다 3배 늘렸다. 지난달부터는 점심에 주 2∼3회 갈비탕·닭백숙 등 보양식을 배식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온열질환 발생은 날씨와 작업장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어 선제적으로 대비하고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 역시 폭염대응TF를 가동하며 폭염 기간 일일 건강관리 알림톡을 발송해 휴식을 안내하고 있다. 에어쿨링재킷과 넥스카프 등 혹서기 용품을 개인별로 제공하고 있다. 작업장 열기를 식히고자 제빙기와 이동식 에어컨·살수차·쿨링포그 등을 설치해 가동 중이다.
/정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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