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뒷전 탓 나라 근간인 먹거리 위기
협치와 농민 참여 통해 농정 바꿔가야

온 국민을 힘겹게 만들었던 겨울의 시간이 국민주권정부 성립으로 한 국면을 넘겼다. 그러나 내란은 온전히 끝나지 않았다. 관련자들의 처벌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대선 과정에서 보았듯 내란을 옹호하거나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이들은 여전히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그동안 멈춰 있던 수많은 과제 해결 요구에도 새 정부가 쉽사리 급진 개혁을 내세울 수 없게 한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3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했다. 송 장관은 전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안법·농어업재해보험법·농어업재해대책법)을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지지해 왔다. 농민 삶을 보장하는 정책을 시장 효율성 논리로 계속 반대해 온 인사를 유임시키자 농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만큼 정부 결정을 차분히 지켜보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나, 농정 맥락을 이해한다면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란 것이다.

우리 사회 발전은 늘 농민을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이촌향도'의 물결이 강하게 일어나던 개발독재 시절엔 산업 노동력 뒷받침을 위해 저곡가 정책으로 농민 삶 자체를 위협했다. 세계화의 물결이 들이닥치던 시기엔 '우루과이라운드', 'FTA(자유무역협정)' 등 수입 농산물의 관세를 해제하는 정책들이 등장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 아래 농산물 가격 하락 압박을, 실체를 접하기 어려운 세계 수많은 초국적기업에서 강요받았다.

이러한 발전 맥락은 오늘날 심각한 식량위기를 통해 모두에게 대가를 강요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대책을, 농업을 뒷전으로 하고 농산물 수입에서 찾았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2023년 식량자급률은 49.0%(2023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연보)에 머무르고 있다. 수입 안정성을 논하기엔 기후위기와 불안정한 세계정세가 가격과 수급 안정성을 위협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빵값 대란, 올해 초 일본에서 벌어진 쌀값 폭등 사태 등은 식량위기가 단지 저개발 개발도상국 문제만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임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세계 시장 상황 속에서 농민들의 시장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지 모른다.

농민들을 저버린 국가의 통치가 오늘날 위기를 초래했다면, 이들을 다시금 포섭하고 정책에 참여시키고, 다른 시민들과 논의 속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을 내세워 나라의 근간인 먹거리 문제를 해결해야 할 터다. 단순한 수입, 수출, 경쟁력을 논하며 정부의 주도로 식량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의에서 넘어가, 국민 모두와 그중에서도 특히 당사자인 농민들의 참여로 이뤄진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식량주권은 단순히 먹을 걸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먹거리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농업과 식량 정책을 적절한 방식으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대통령 개인 리더십만을 믿기에는, 기존 농민들의 정부 불신은 뿌리 깊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국민주권정부라면 개인의 능력과 실용을 논하기보다, 시민의 의견 속에서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설득력 없는 인사는 더 큰 불안만을 초래할 뿐이다. 새 정부가 국민주권을 표방하는 만큼, 식량주권에 기반을 둔 협치와 농민 참여로 농정을 바꿔가길 기대한다.

/정대환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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