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공공도서관에) 공산당 책이 차고 넘치더라고요. 그런데 검색해보니까 이승만, 박정희, 맥아더 장군 책은 나오지 않습디다."
2022년 9월 창원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미나 시의원이 한 발언이다. "도서관이 좌경화됐다"는 김 시의원의 트집은 당시 조롱 섞인 비판을 받았다. 나는 당시 창원중앙도서관에 가서 도서 현황을 직접 살폈다. 도서관에는 <이승만, 박정희를 추억한다>라는 책을 비롯해 박정희 전기 13권 전권, 전광훈 목사가 집필한 <이승만의 분노> 등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창원 공공도서관 전역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은 총 500권이 넘게 있었다. 김 시의원이 말한 '공산당 책'은 모두 시중에서 유통되는 서적이었다. 김 시의원은 팩트 체크 보도가 잇따르자 "주목 받는 삶이 되었네!! 좌향좌의 시각은 남다르다"라는 망언을 남겼다.
이제 와서 보면, 이 발언은 웃고 넘기기에는 위험한 징후였다. 최근 김 시의원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운영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보도를 봤다. 그 명단에는 김 시의원을 비롯해 민주주의 정신에 반하는 행보를 보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불법 계엄을 옹호한 남재욱 시의원, 계엄을 두둔하면서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한 이우태 3.15의거학생동지회장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소속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장은 '정치적인 판단'으로 인선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화단체 인사가 다수 참여할 것으로 예측해 의도적으로, 정무적으로 추천 당연직 위원을 판단했다"고 말했다. 손 의장 발언은 마치 '좌우 균형'을 맞췄다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는 좌우 균형과는 무관하다.
10일 임시 개관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하기는커녕, 이승만의 독재를 축소·은폐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시 설명에서 3.15 부정선거로 물러난 '이승만' 이름 석 자가 빠져 있는 등,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촉발한 원흉이 누구였는지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전당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한 자들의 이름을 감추고, 그 맥락을 흐리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자문위원들은 정식 개관 전에 민주주의 역사 왜곡을 바로 잡을 책무가 있다. 과연 시민들은 반민주주의적 언행을 보인 김미나·남재욱 시의원을 신뢰할 수 있을까? 이들이 내심 바라는 것은 '시민들의 무관심'일지도 모르겠다.
/김연수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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