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 땅 장사에 농토 악용해 더 피폐
도시화란 질병 팽창하며 고통 확대되고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지닌 뜻을 차츰 알아가는 6월 초순이다. 봄꽃 필 무렵에 덮친 추위가 과일나무 꽃을 유린하며 능금·배·복숭아 농사가 큰 타격을 입었고, 늦봄 무렵부터 옮겨 심은 고추·오이 같은 채소류들이 아침저녁 냉기를 입어서 시들고, 농부들은 병충해인 줄 알아 농약을 뿌렸지만 효과가 없자 뒤늦게야 자연재해인 줄 알면서 불안해한다.

밤낮의 기온이나 햇볕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느낌이다. 바닷물의 수위도 조금씩 높아진다는 소문 아닌 뉴스가 끊임없이 퍼진다. 우리 집 뜰에 자라는 산수국이 피고 있는데, 어쩐지 꽃 색깔이 밝지 못하고 어정쩡한 것을 보면서 지난해 여름 뻐꾹나리꽃이 끝내 피지 못하고 새까맣게 타죽어 버린 기억이 되살아난다. 식물들의 성장과 개화 환경이 해마다 눈에 띄게 나빠진다. 이러다가 올해 벼농사도 기후 변화 영향을 받게 되면 이것은 자연재앙의 서곡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 여겨진다. 삶의 토대가 무너져내리는 데도 우리 동네 땅값은 끝난 데 모르고 자꾸 오른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서 노는 땅이 자꾸 늘어난다. 같은 동네 사람들이 대신 지어주던 농사였는데, 그들은 많이 늙거나 죽어서 농사지을 사람이 귀해졌다. 그런데 이런 땅만 귀신같이 골라서 사들이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도시에 사는 땅 장사꾼들이다. 그들은 그 지역 부동산업자와 결탁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농사짓는 땅을 사들이고 나서 그 지역에 사는 농민들에게 임대해주는 형식으로 농사를 짓게 하며, 행정관청의 단속 법령을 교묘하게 피한다. 업자들끼리 조작해 계속 땅값을 올리면서 사고팔아 돈을 벌어들인다. 농사와 농촌은 피폐해지고 노쇠해가는데, 농토 값은 치솟아서 도시 가진 자들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변질한 지 오래다. 이런 뒤틀리고 한탄스런 작태에는 해당 지역 관련 공무원들의 부당한 공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농사와 농촌은 불법·탈법·무법지대로 버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점점 빨라지고 머잖아 식량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무서운 결론을 들어 알면서도, 식량이 지닌 인류 생존의 열쇠도 자본과 법 논리 앞에서는 무력하다. 법으로 흥한 자 법으로 망하리라.

도시화라는 무서운 질병의 팽창이 가져온 고통은 차츰 확대된다. 출퇴근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만 지는데도 서울로, 도시로만 몰려든다. 이 시대 가장 크고 무서운 화두인 일자리가 많고 넘치는 것도 아닌데 왜 젊은이들이 죽기 살기를 서울로 모여들까? 그 이유가 어쩌면 귀가 막히게도 여섯 단계의 새로운 신분질서 의식이 어느새 우리들의 의식구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몸을 팔아도 서울에서 파는 것이 더 좋다는 종말론적 의식구조로 변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과 주변 도시의 인구집중이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만들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방법은 찾을 수 없고, 오직 혼란과 불안만 확대되는 가운데서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 상승이, 이 나라의 종말로 굳어지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정치의 부패와 무능이 더해져서 그야말로 법으로 흥한 자 법으로 망하는 현재와 미래의 청사진 같은 오래된 죽은 정의와 법치의 날들이 독극물로 변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거대한 혼돈을 농사와 농촌이 만들기라도 했단 말인가? 기후온난화가 올해 농사를 크게 해롭게 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식량 위기는 어떻게 든 막아야 한다.

/정동주 시인·동다헌 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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