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필요보다 정치 도구로 전락
장기적 안목으로 선택·집중해야
창원시에는 현재 표류 중인 전시·관람·문화공간이 있다. SM타운(창원문화복합타운), 창원시립미술관, 창원산업·노동·역사박물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그것이다. 벌써 몇 해째 시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문화공간이 모두 건립되고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연간 시 예산은 얼마일지 추산해보기는 했을까?
2016년부터 추진된 SM타운은 안상수 시장 재임기간 "K팝 한류 메카도시로 만들겠다"며 민간투자 사업을 벌여 건물만 지어놓고, 수년간 운영하지 못한 문화공간이다. 2024년 8월 창원문화재단에서 총괄감독 공개 모집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시행사와 SM엔터테인먼트의 100억 원대 법정 공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창원시립미술관(가칭)은 어떨까. 2018년 12월 31일 자 창원시 보도자료를 보면 허성무 당시 창원시장은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을 위해 창원시립미술관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후 2019년 9월 2일에는 사화공원 내에 건립 예정 김종영 미술관은 '창원시립미술관'으로 명칭을 변경해 추진 중이다.
창원 지역작가를 조명하고 신진작가 발굴 등 국·도립미술관과 차별화된 시립미술관으로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세부계획을 검토 중이라 보도되었다. 2022년에는 '창원시립미술관 건립' 설계공모를 하고, 5월 공모안 선정, 착공을 목표로 했고, 이소우건축사사무소가 당선된 바 있다.
이후 홍남표 시장 재임기간으로 넘어가면서 2023년 소장품 수집공고, 2024년 창원시립미술관 운영방안 전문가 세미나 개최, 2025년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통과 소식을 알리며, 2027년 개관 목표로 올해 건축공사 착공한다고 밝혔다. 2022년 계획대로라면 올해 5월 창원시립미술관은 개관해야 했지만 시장 부재 속 2027년 개관을 목표로 다시 착공에 들어간다고 한다.
창원 산업·노동·역사박물관(가칭)은 2018년 허성무 시장 후보의 문화공약이었다. 위치를 창원병원 옆으로 확정하고, 2019년 건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2021년에는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에 박물관 건립 전담팀(TF)(학예연구사 등 8명 참여)이 꾸려지고, 행정절차를 공식적으로 밟아나가며,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기도 했다.
누리소통망(SNS)도 운영했지만, 2022년 9월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창원박물관 공식 계정 활동도 멈춰있다. 기존 계획은 2022년 착공, 2025년 개관 예정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한민국민주주의 전당은 6월 10일 임시개방 운영이 예정돼 있다.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공식 명칭 변경, 개관 연기 이슈 등이 있었으나 곧 개관한다고 하니 꼭 방문해볼 참이다. 때마침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 민주화운동기념관도 6월 정식개관 예정인데, 대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듯하다.
한 도시의 문화공간 건립은 시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라는 명분으로 시장 후보 공략사항이 된다. 그런데 창원시는 시민들의 욕구와 필요 충족이 아닌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모양새다. 문화공간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나가야 한다. 추진하고 있었던 문화공간이라 할지라도 과감하게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시장 임기 내 계획한 바를 모두 이행하지 못했을 때, 다음 시장이 그 가치와 필요를 인정하고, 지체없이 운영하는 성숙한 행정적 태도를 차기 시장에게 기대해봐도 될까.
/김나리 피에스아이 스튜디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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