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다자 외교·협력 복원"
김문수 "북핵 억제·방산 육성"
이준석 병사 대우 개선 언급만
권영국 "9.19 군사합의 복원"
외교는 정부가 늘 쥐고 있는 요긴한 카드다. 충분히 관리된 과정과 절차를 바탕으로 별다른 방해 없이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내내 외교는 미숙·결례·참사 같은 단어로 간추려진다. 국제사회에서 위상은 일반인도 체감할 정도로 떨어졌다.
한반도 평화 문제로 넘어오면 더 처참하다. 윤석열 정부는 북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저 압도하면 무너질 대상으로만 여겼다. 강대국 사이 균형을 유지하는 전통적인 외교 문법을 무시한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 비위 맞추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소홀했던 중국·러시아와 불편해졌다. 죽이 잘 맞는다던 일본은 딴 곳만 쳐다보고 있다. 한국을 느닷없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미국은 '관세 전쟁' 지렛대로써 쓸만한지 재는 분위기다. 21대 대선 후보들은 국제 정세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어떻게 인식할까.
◇공약 질과 양에서 차이 뚜렷 = 외교와 한반도 평화 관련 정책을 살펴볼 수 있는 공약이 질과 양에서 뚜렷하게 차이 난다. 후보마다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내용을 떠나 분량만 본다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평가 대상에서 빼야 할 정도다. 국방으로 분류한 공약 내용은 '병사 대우 개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약 목표는 △병사 중심 장교·부사관 선발 △군 복무와 학업 연계 보장이다.
분량만 보면 어느 정도 틀을 갖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공약은 내용으로 들어가면 단순하다. '국방·통일·외교통상'으로 분류한 공약 제목은 '북핵을 이기는 힘, 튼튼한 국가 안보'이다. 내용은 북핵 억제로 출발해 핵 잠재력 강화로 이어진다. 공약 목표는 △북핵 억제 강화 △미국과 신뢰 강화 등을 걸었다. 세부 공약은 핵무기를 직·간접적으로 확보하는 구상으로 채웠다.
외교와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최소한 고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공약에서 볼 수 있다. 이재명 후보 공약 목표는 △든든한 경제안보 구축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이다. 권영국 후보 공약 목표는 △중립노선 복원과 외교 다각화 △한반도 안정화로 평화 안보와 경제적 번영 달성이다.
이재명·권영국 후보 공약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성격이면서 우선순위에서 차이가 있다. 이 후보는 국익을 극대화한 실용적 외교를 바탕으로 국력을 확보해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겠다는 접근 방식이다. 권 후보는 한반도 평화 체제가 보장돼야 통상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는 쪽이다.
◇외교·통상 관련 공약 = 이재명 후보는 다자 협력을 통한 실용외교를 표방한다. 미국·일본에 치우쳤던 윤석열 정부 외교에 대한 수정안이다. 신아시아 전략은 한중일을 넘어 동남아시아로 외교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경제적 협력을 넘어 안보·기후변화 등 공동 의제 대응도 포함한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중남미·중동 지역 등을 포함한 개발도상국화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외교·통상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개념으로 묶었다. 핵심은 특정 강대국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문수 후보 공약 중 외교·통상에 해당하는 내용은 K-방산 육성이다. 방산 4대 강국을 위한 법적·제도적·금융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담았다.
이준석 후보 10대 공약에는 관련 내용이 언급돼 있지 않다.
권영국 후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작동을 전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전제로 대륙과 무역 구상을 제시했다. 동북아시아에서 유럽까지 화물 운송시간 단축, 한중 무역 증가, 철도 에너지망 확대, 러시아 자원 개발 참여 등은 '유라시아 횡단 철도' 실현을 전제한 구상이다.
권 후보는 미국 등 특정 국가에 쏠린 수출 비중을 줄이고 유라시아 수출 비중을 확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전략 광물 공급도 다변화해 자원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관련 공약 = 큰 덩어리로 공약만 보면 김문수·이준석 후보에게 한반도 평화 개념은 없다. 김 후보는 평화를 압도적인 무력으로 우위를 차지할 때 따라오는 것 정도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후보는 아예 내용 자체가 없다. 이재명·권영국 후보는 한반도 평화가 가치를 넘어 실용적으로도 의미 있다고 보는 쪽이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계 구축, 군사적 긴장 완화, 화해·협력·공존은 전통적인 민주당 공약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일관적으로 유지했고 나름대로 성과를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이 기조를 이어받는다.
윤석열 정부 내내 조성한 군사적 긴장을 개선 대상으로 지목했다. 우발적 충돌 방지, 군사적 긴장 완화, 신뢰 구축 조치 추진 등을 공약했다.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인도주의 협력, 교류협력 추진 내용도 들어 있다.
김문수 후보는 북핵 억제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먼저 미국 전략자산 공유에 집중하고 핵 잠재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 북핵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 전략이 공약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 10대 공약에는 한반도 평화 관련 구상도 담겨 있지 않다.
권영국 후보는 9.19 군사합의 복원, 종전 선언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도 약속했다. 북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정한 평화적 공존이 기본 전제다. 기존 선언을 포함한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해 국회 비준으로 제도화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방·안보 관련 공약 = 이재명 후보는 한미동맹에 기반을 둔 억제 능력을 국방 정책 뼈대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 고도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고도화를 제시했다. 아울러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도 공약했다.
김문수 후보 공약 대부분은 북핵 억제에 쏠려 있다. 한국형 미사일 체계 강화, 북 도발에 대한 응징 체계 강화, 핵 잠재력 강화 등을 언급했다. 더 나아가 핵추진 잠수함 개발 추진도 공약에 넣었다. 사이버전 전담 전력 확충,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도입도 언급했다.
이준석 후보가 제시한 국방 관련 공약은 △병사·부사관·장교 기초군사훈련 통합 △단기복무 간부 선발제 도입 △복무 연계 등록금 지원 등이다.
권영국 후보 공약에서는 △한국형 모병제 도입 △병사 최저임금 보장 △평시 군사법원 폐지 △군트라우마 센터 설립 등 인권 문제와 접목한 대목이 눈에 띈다. 권 후보는 공약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 "불요불급한 군비 증강 중지, 병력 감축 등으로 예산 절감"이라고 답했다.
외교·평화 분야 공약을 보면 극과 극에 김문수 후보와 권영국 후보가 위치한다. 그 사이 어디쯤 이재명 후보를 놓을 수 있는데 김 후보보다 권 후보 쪽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준석 후보는 세 후보와 같은 선에 놓기 어렵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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