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보다 경쟁력 크지 않은 한덕수 고집
당내에서도 윤 전 대통령 부부 입김 의심해
'내란 운명 공동체'로 '조종 용이'가 뒷배경?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내 경선으로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를 후보직에서 끌어내리고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당 대선 후보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당원들 반대로 무산됐다. 당 지도부가 10일 새벽 전광석화로 밀어붙인 ‘강제 후보 교체’에 당 안팎 반발이 거세지자 ‘당심’도 돌아섰다. 정치권에는 이 사건 배경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 부부가 있다는 시선이 많다. 민주 헌정을 흔드는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평가다.
◇한 밤의 강제 후보직 찬탈 = 당내 쿠데타로도 여겨지는 사건 발단은 9일 법원이 김 후보가 당 지도부 주도 강제 단일화를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다. 법원은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전국위원회 전당대회 개최를 금지해달라면 낸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김 후보는 결국 당 지도부 주도 단일화 협상에 임했지만 양측은 국민 100% 여론조사와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 당원 50%·국민 50% 여론조사를 주장하며 맞섰다. 두 차례 이뤄진 협상은 결렬됐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협상 결렬 시 후보 재선출 작업에 들어갈 것을 천명했다.
당 지도부는 10일 자정을 지나 비상대책위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김문수 후보 자격을 취소했다. 신동욱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12시 45분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후보 재선출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후 오전 2시 30분경 이양수 당 선거관리위원장 명의로 당 누리집 등에 ‘국민의힘 제21대 대선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냈다. 새 후보자 등록을 신청을 오전 3~4시 사이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한 후보가 공고 한 시간 뒤쯤인 오전 3시 20분께 입당과 함께 후보 등록을 했다. 비상대책위는 오전 4시 40분께 당 대선 후보를 한 후보로 교체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선거관리위는 김 후보 선출 취소와 함께 한 후보를 당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10일 새벽 불과 4시간 사이에 일어난 ‘강제 후보 교체’ 였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후보 교체 사유는 △단일화 약속 파기와 당원 기만행위 △단일화 촉구하는 당원 요구 거부 △법원의 전국위원회 개최 허용과 김 후보자 대통령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기각 등 법적문제 해소로 절차적 정당성 확보 △더 경쟁력 있는 인물이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는 점 등 4가지였다. 사실상 단일화 무산 책임을 김 후보 쪽에 돌리며, 한 후보가 당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당내 쿠데타 당원들이 막아 =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선거 후보자’로 등록하려면 구비 서류만 32종에 달한다. 이를 새벽 3~4시 한 시간 내 제출하라고 공고한 건, 사실상 한 후보를 유일 후보로 만들 ‘정치 공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당은 같은 날 오전 10시~오후 9시 전 당원 대상 자동응답전화(ARS) 투표를 했다. ‘한덕수로 후보를 교체하는 데 찬성하는가’라는 안건이었으나,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오면서 김 후보가 다시 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도내 한 당원은 “빅텐트를 이룰 단일화에 김문수 후보가 시기를 재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공당의 대통령 후보를 새로 선출하는 데 있어 새벽 시간 단 한 시간 만에 접수를 한 것을 정당했다고 찬성할 수는 없어 반대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의사로 추진했던 단일화 노력 중 하나였다’라고 자위했다. 하지만 정당 민주주의 근간인 절차적 정당성 훼손을 당원들이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모양이다. 한 후보는 당원 투표가 부결된 뒤 “국민과 당원 뜻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했다. 대선 출마 선언 8일 만에, 지도부만 바라보다 불명예 퇴장했다.
◇윤석열·김건희 그림자 짙어 =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후보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기를 쓰고 당 대선 후보로 만들려고 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김 후보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는 여론조사상 지지율과 미국 트럼프발 관세 폭탄 속 통상 전문가로서 능력을 높이 샀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내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당권 장악에 유리한 수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보편적 분석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윤석열·김건희 부부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누리소통망(SNS)에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아직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 추종자들에 휘둘리는 당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썼다. 내란 혐의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각종 정권 비리 한가운데 선 김건희 여사에게 이번 대선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당선 가능성을 떠나 국민의힘 후보가 최대한 자신들 구미에 맞는 사람이 돼야 추후 정치적·사법적 칼날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한 후보는 윤석열 정부 유일한 총리로 12.3 비상계엄을 막지 못해 ‘내란 피의자’ 중 한 사람이라 ‘운명 공동체’나 매한가지다. 수법도 이전에 이준석 전 당 대표를 축출할 때와 비슷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1일 “무작정 내지르고 본 ‘후보 강탈극’에서 윤석열 악취가 풍긴다. 지난 3년간 국정 난맥이 단일화 과정에서도 그대로 묻어나온다”며 “국민의힘에서 윤석열의 악취를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민주당 이재명 후보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친위 군사 쿠데타를 자행하고 후보 교체 정당 쿠데타를 배후 조정한 윤석열 전 대통령 당적을 즉각 박탈하고 재구속하는 게 옳다”며 “누구보다 윤 전 대통령 뜻을 충실히 따라온 대표적 친윤석열계 인사인 김문수 후보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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