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섭 자치행정2부 기자, 거창·함양·산청 파견

정말 불이 날아다녔다. 강을 건너 저 산으로 불이 옮겨붙었고, 바람이 방향을 바꾸자 불은 산비탈을 타고 내려와 순식간에 차가 다니는 도로를 덮치기도 했다. 산 정상과 중턱에 설치된 송전탑 밑으로는 하루 종일 연기와 화염이 반복됐고, 꺼졌던 불은 오후 들어 바람이 거세지자 다시 큰불로 살아났다. 헬기 소리가 끊긴 밤에는 공포감으로 밀려왔다. 적막감이 도는 산 능선을 따라 벌겋게 이어진 화선은 지옥불처럼 느껴졌다.

열흘 동안 이어진 산청 산불 현장은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불길이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지자 지리산 관문 마을인 중산리 주민까지 피난길에 올랐으며, 불길이 삼장면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덕산사(내원사)에 봉안된 국보 석조비로자나불좌상도 화마를 피해 급히 산청 동의보감촌 한의학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취재진도 갑자기 부는 바람에 시꺼먼 연기가 들이닥쳐 급하게 몸을 피하기도 했다.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까지 뒤덮은 연기로 하루종일 목이 따갑고 메스꺼움과 두통이 이어졌다.

다시 찾은 산불 현장은 점점 일상을 되찾고 있다. 피해 조사와 복구를 위한 활동이 눈에 띄었고, 여기저기 분주한 일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 25명은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었고, 감나무밭과 양봉장 등 일터가 불탄 주민들은 바쁜 농사철에 일손을 놓고 있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복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산불 지역 정확한 피해 조사부터 산림복구와 주민 생활지원, 산사태 등 2차 피해까지 두루 살핀다는 방침이다. 주민을 살피는 노력은 군의회에서도 이어졌다. 14일 최호림 산청군의원은 산불 피해 주민 가구당 300만 원씩 3개월분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했고, 의회 내 산불재난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경북 피해 지역과 연대해 나가자는 제안도 했다.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이번 산불로 산청·하동 산불영향구역만 축구장 2602개 규모 1858㏊에 이른다. 특히, 진화작업에 투입됐던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주택 20여 채를 비롯해 공장·창고·종교시설 등 80여 곳 시설피해도 발생했다. 이 밖에도 하동 옥종면 두양리 두방재 인근에 있는 900년 된 은행나무가 불에 탔다.

산불은 꺼졌지만 일상 회복은 지금이 시작이다.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는 어르신들이 일상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은 산불의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 희망을 심어야 할 때다.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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