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실험 차원의 융합을 넘어
지적 플랫폼 되면 사회 대변화도

예술은 영어로 '아트(art)'이고, 이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리스어 '테크네(techne)'를 번역한 라틴어의 '아르스(ars)'에서 유래한 것이다. 예술의 기원은 '솜씨' 혹은 '기술'을 의미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분야든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그 '기술'을 연마한 이후에 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었다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예술은 수학적 원리로 명확하게 설명 가능하며, 규칙성이 있는 것이었다. 기술과 예술이 동의어였다는 사실은 오늘날 새삼 흥미롭게 다가온다.

중세 이후까지 계속된 '기술'로서의 '예술' 개념은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창조적 영역의 '순수예술(fine art)'로 재규정됐다고 한다. 순수예술과 상반된 개념으로 실용성에 기반을 둔 '기능술'이 기술로 적용되면서 '예술'과 '기술'이 이분법으로 분리되는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후 20세기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다양한 실험적 모험이 다시금 시작된 것은 1923년 바이마르에서 열린 바우하우스 전시회에서 그로피우스가 선언한 '예술과 기술-새로운 통합'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은 단순한 도구 차원을 넘어, 새로운 사고방식과 창작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국내 예술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트앤테크, 파라다이스문화재단아트랩, 현대아트랩 등 주요 국가기관과 기업 이외에도 성수, 영등포, 포항, 대구 등 지역산업과 연계해 지자체에서도 '예술-기술 융합'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근 국내 예술×기술 융합 실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기술적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인공지능(AI·Generative Art) 둘째, 카메라·센서·IOT(사물인터넷)·모션 기능 인터페이스 등을 활용한 인터렉티브(interactive) 셋째,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과 확장현실(XR)·혼합현실(MR) 그리고 로보틱스·사운드 테크놀로지·소재과학·바이오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세포·미생물 배양·유전자 가공 등을 활용한 생명기술 기반 예술도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경남에서는 어떤 예술×기술 융합 실험을 해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한국재료연구원과 함께 예술 재료 자체를 확장해 보는 시도는 어떨까. 신소재기술 기반 공연예술, 시각예술 실험이 가능하지 않을까? 경남 산업생태망을 형성하고 있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녹아있는 기술이 예술과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일어날까?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대체하거나 확장하는 시대, 예술은 그 흐름을 단지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존재 방식을 갱신하고 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새로운 매체와 형식을 실험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 변화와 과학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지적 플랫폼'으로 기능 할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증폭될 수 있을 것이다.

지식혁명으로서의 '지적 네트워크 플랫폼'은 도시 산업, 경제,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예술 작품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역적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기회도 열려있다. 인간의 창의적 상상력과 기술적 혁신이 만나 만들어낼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지금, 우리는 이 변화 속에서 예술과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김나리 피에스아이 스튜디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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