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 주권자는 정의를 구걸하지 않는다.
무례하고 포악한 권력이 일상을 뒤엎은 그날도 그랬다. 파멸을 막을 유일한 길을 확보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회를 둘러싼 주권자는 당장 입법부가 할 역할부터 주문했다.
"계엄을 해제하라."
무모한 계엄이 그렇게 멈췄다.
한숨 돌린 입법부는 정당성을 잃은 내란 우두머리 앞에서 망설였다. 단박에 권한을 정지시키지 못한 입법부에 광장에 선 주권자는 명령했다.
"탄핵하라."
대통령 권한도 그렇게 정지됐다.
광장을 떠나지 않은 주권자 시민은 사법부를 주시했다. 국가 체계를 위협한 무리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심판을 기대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이 움직였고 헌법재판소가 가동됐다. 더딘 과정과 답답한 일 처리 앞에서도 주권자는 의연했다. 내란 주동자와 가담자, 동조자들이 구속됐고 무너진 체계는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미 원칙과 상식을 벗어난 권력은 틈만 나면 반격을 꾀했다. 권한대행과 대행의 대행은 엄정한 사회적 합의를 태연하게 외면하고 무시했다. 사법부 한쪽에서는 얄팍한 법 기술로 애써 가둔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줬다. 법 없이도 잘 살던 주권자가 법을 따로 학습하게 됐다.
당연한 결단을 미루는 헌법재판소는 오히려 주권자를 눈치 보게 했다. 불의 앞에 점점 주눅이 들게 했다.
주권자는 그 하찮은 권위가 두려워 인내한 게 아니다. 먼저 살던 주권자가 처절하게 지켜낸 사회적 가치와 합의를 존중하기에 참았다. 주권자 스스로 결단과 희생, 연대가 낳은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자 다그치지 않았다. 그 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는 것을 알기에 보채지 않았다.
간절하게 기다리던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온다. 주권자는 헌법재판소가 과제를 제대로 풀었는지 지켜볼 것이다. 시민은 정답을 제대로 내는지, 헌법재판소가 민주공화국 체계를 지킬 자격이 있는지 감시하는 주체다. 그래서 지금 주권자는 더없이 단호하다.
"파면이 답이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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