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량 검출되는데 정수 어려워
발암물질 대책 수립 서둘러야
낙동강 물을 마시는 부산·경남지역 주민들은 녹조 외에도 걱정할 일이 더 있다.
바로 발암물질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이다. 낙동강 상수원수에서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검출되는데, 정수장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과불화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에 불소 원자가 잔뜩 붙어 있는 화학물질로, 1만 종이 넘는다. 안정한 화학구조로 돼 있어 열에 강하고 가수분해·광분해·생분해가 잘 안된다.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리는 이유다. 전선용 절연체, 소방용 거품,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합성섬유 등에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먹는 물에서 과불화화합물 기준이 없지만, 대표적인 과불화화합물인 퍼플루오로옥탄산(PFOA)와 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PFOS) 등을 감시 항목으로 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두 물질은 각각 ℓ당 70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의 잠정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도 당초 먹는 물에 70ng/ℓ의 기준을 적용했는데, 지난해 4월 환경보호국(EPA)이 PFOA와 PFOS 기준치를 각각 4ng으로 대폭 강화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지난 1월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내 수돗물에 들어 있는 수준의 과불화화합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사람 몸에서 소화기, 내분비계, 구강·인두, 호흡계 등에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다만 EPA의 새 기준을 충족하면 암 발생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미국 기준치를 초과한 수돗물을 계속 마신다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낙동강 수계 정수장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70ng/ℓ를 초과하는 경우는 없지만, 미국의 새 기준치인 4ng/ℓ를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지난해 12월 오정은 부산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21년 낙동강 수계 정수장 14곳의 수돗물을 3차례 분석했을 때 시료의 77.8%가 미국 PFOA 새 기준치를 초과했다.
낙동강에서는 깨끗한 수돗물을 마시고자 강바닥의 모래를 활용하는 강변여과수를 원수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경우도 과불화화합물 농도를 낮추지 못했다고 오 교수팀은 설명했다.
지난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맞아 과불화화합물 관리에 관한 국제 학술토론회가 국립환경과학원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윤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나 최용주 서울대 교수는 "활성탄으로는 수돗물의 과불화화합물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온교환수지나 막여과는 제거율은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입상활성탄(PAC)도 4~5개월마다 교체하면 60~80% 제거할 수 있지만, 전량 수입해야 해 물량 확보가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찮다.
최 교수는 "물속에 유기물이 많으면 활성탄의 과불화화합물 흡착 제거 성능이 쉽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낙동강 녹조로 강물에 유기물이 많아지면 정수장에서 과불화화합물 제거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과불화화합물 오염이 상류 공단 폐수나 쓰레기 매립지 침출수, 미군 부대 지하수에서 시작됐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낙동강 수계 주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환경부는 정확한 오염 원인을 파악해 서둘러 차단해야 할 것이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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