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당국 헬기 동원해 집중했지만 역부족
지리산 확산하면 낙엽 퇴적물 등 진화 어려움
27일 오후 단비 예보, 진화 분수령 될지 기대

일주일째 산청 산불 화염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산불은 산청군 시천면 일대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지리산국립공원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림당국은 산불이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지역을 넘지 않도록 지난 25일부터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일대에 헬기를 집중 투입해 진화했다. 이날 밤에는 공중진화대와 특수진화대를 투입해 방화선을 구축하고, 진화 작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바람을 당해내지는 못했다. 서쪽으로 강풍이 불며 국립공원 경계까지 25일 오후 500m, 26일 오전까지 200m 까지 간격이 좁혀졌다. 이윽고 산불은 이날 오후 들어 구곡산 정상부를 넘어 국립공원 지역으로 번졌다.

 26일 오전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중산리 계곡, 삼당,동당,신천마을 위로 연기가 가득차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26일 오전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중산리 계곡, 삼당,동당,신천마을 위로 연기가 가득차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더구나 이날 오전 짙은 연무로 헬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후에는 경북 의성 헬기 추락 사고로 모두 철수하며 공중 진화에 공백이 생겼다. 오후 3시 30분께 다시 헬기 진화작업이 시작됐지만 상황은 나빠졌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80% 진화율을 보이던 산불은 오후 4시 기준 75%대로 떨어졌으며, 남은 불의 길이는 16㎞(산청 7, 하동 9㎞)로 늘어났다.

불이 옮겨 붙은 지리산국립공원지역은 구곡산 정상부와 맞닿아 있는 경계 지역이다. 이곳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거리는 약 9㎞이다. 구곡산 정상부에서 서북쪽으로 중산리 계곡을 거쳐 천왕봉에 이른다.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 관계자는 "방화선을 구축하고 산불 경계지역을 사수하고 있었지만, 산불이 순식간에 번져 직원들이 서둘러 대피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지휘본부는 오후 7시 브리핑에서 "지리산국립공원을 지키고자 노력했으나 오늘 오후 동남풍 강한 바람으로 국립공원 경계지역을 넘었다"며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정확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지역인 산청군 시천면 동당마을 뒷산이 불타고 있다. /김구연 기자
26일 오후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지역인 산청군 시천면 동당마을 뒷산이 불타고 있다. /김구연 기자

산불이 지리산으로 확산하면 진화에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긴다. 산 전체 켜켜이 쌓인 낙엽 퇴적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고, 높고 가파른 지형에서 순간 돌풍 등 바람 예측이 어렵다. 실제 현장에서는 헬기 진화로 불을 꺼도, 퇴적물 아래 숨겨진 불씨가 되살아나 바람이 불면 다시 확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산불 확산으로 지리산 중산리 마을 주민도 대피했다. 산청군은 이날 오후 3시 산불 확산 경로에 있는 시천면 삼당·동당·중산마을과 장면 대포·내원마을에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특히, 중산리는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관문 마을로 국립공원 1호 지리산국립공원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동 산불도 확산하고 있다. 산청에서 번진 하동군 옥종면 산불은 북천면과 횡천면 등 남서쪽으로 계속 퍼지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부터 강한 돌풍이 불면서 산불은 정개산 인근까지 번졌고, 옥종면소재지에서 불과 2㎞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점까지 근접했다. 밤새 추가 확산은 막았지만 26일 오후 헬기 진화작업이 늦어지면서 지상인력만으로 진화에 한계를 보였다.

산청·하동 산불로 주민 1732명이 대피했고 인명 피해 13명(사망 4, 부상 9명)과 시설 피해(주택 등 64동)가 발생했다.

산청·하동 지역에 27일 오후 단비가 예보돼 산불 진화에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기상청 예보에는 경남 내륙지역에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5∼10㎜ 비가 예보돼 있다. 강수 확률은 80%로, 습도는 65∼45%이다.

산림당국은 "27일 비 예보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며 "많은 비가 내리면 주불 확산은 물론 남은 불씨 제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섭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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