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이어지는 산청 산불 현장서 고공분투
동료 잃은 슬픔 뒤로하고 진화작업에 전념
"주불을 잡아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야속하게도 바람까지 도와주지 않으니….."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 산불예방전문진화대원(이하 진화대원)들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진화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헬기가 큰불을 잡은 산불 현장에 투입돼 남은 불씨를 제거하거나, 불이 번질 위험이 있는 곳에서 방화선을 구축하는 일을 도맡는다.
거창군에서 파견된 진화대원들은 산청군 시천면에서 불길이 넘어온 하동군 옥종면 두양마을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비는 진화차량 1대와 등짐펌프 등 개인 장비가 전부다. 7∼8명이 한 조가 돼 현장을 누빈다.
거창군 소속 진화대 정성헌(60) 조장은 나흘째 이어지는 산불에 속이 탄다고 했다. 산과 들, 마을이 잿더미로 변하는 산불 현장은 언제나 위험하고 악몽 같다고 했다. 특히 이번에는 창녕군 소속 진화대 동료가 변을 당해 마음이 더 무겁다.
정 조장과 진화대원들은 사고 전 만난 창녕 진화대원들을 기억했다. 교대 시간에 만난 그들과 진화차량 앞에서 인사하던 일이 오늘 같다고 했다. 이어지는 진화작업에 동료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은 산불을 끄는 날 훌훌 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 조장과 대원들은 산불이 발생한 지난 21일 오후 산청 현장에 투입됐다. 총 3개 조로 편성된 거창군 진화대는 산청 산불 현장에서 8∼12시간 교대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침에 투입된 조가 빠지면 야간에 다른 조가 이어서 현장을 지키는 식이다. 3개 조가 돌다 보니 이틀에 한 번꼴로 산불과 맞서야 하는 지경이다.
쉼 없이 현장 작업을 이어가면서 피로가 누적됐을 법도 한데 정 조장과 대원들은 오히려 괜찮다고 손사래를 친다. 진화대원들은 평소 비상 시를 대비해 꾸준히 훈련한 덕에 크게 힘든 점은 없다고 했다.
하성식 대원은 위험천만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대형 산불 현장일수록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능선을 따라 바람이 위로 불기도 하고, 때로는 마을로 방향을 틀어 내려오기도 합니다. 바람이 거셀 때에는 불티가 산을 넘어 다른 산으로 옮겨 붙기도 해요."
그는 산불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이 현장에 접근하는 일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순간 초속 10m가 넘는 바람이 불기도 하고, 지형에 따라 자주 바람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그는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산청 산불 현장에는 최근 두 차례 대형 산불을 경험했던 합천군 진화대도 진화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합천 진화대원 45명 중 절반 이상이 대형 산불을 경험한 베테랑 팀이다. 50대가 많은 합천군 진화대는 3년 전 악몽 같았던 기억을 되살려 다른 지역 대원보다 더 열심히 땀을 흘렸다.
김용봉 합천군 진화대 조장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산청 산불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합천에 큰불이 났을 때 내 일처럼 달려와 준 다른 지역 진화대원 동료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진화작업에 참여한다며 불길을 잡고,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악몽 같은 산불을 막으려면 예방이 최고라며 평소 사소한 것부터 살피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청 산불 현장에 파견된 진화대원들은 산불지휘본부 지시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다. 지휘본부는 바람 세기와 방향, 산불 진화 정도를 파악해 진화대원을 투입한다. 산청 산불 현장에는 경남 10개 시군 진화대원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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