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3년 동방의 대국 청나라를 방문했던 영국의 사신 매카트니는 중국 정부의 거절로 통상외교가 실패한 뒤 남긴 일기에서 청나라를 이렇게 평가했다. "중국은 오래되고 미치광이 같은 일등급 군함이다. 운 좋게도 유능하고 기민한 장교들이 계속 등장하여 과거 150년 동안 용케 배를 띄워놓았을 뿐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외양에 숨겨진 누규(陋規·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를 폭로한 것이다. 나아가 그는 미래까지 예측했다. "조타석에 있는 열등한 인물들 때문에 중국은 천천히 해변에서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당시 청나라 사람들 중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한(地大物博)' 제 나라를 이렇게 객관적으로 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대로였다. 서구 열강에 강타당한 청나라는 끽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채 침몰하고 말았다.
지금 나라를 뒤흔드는 12.3 내란은 언필칭 '엘리트'로 불리는 지도층(?) 인사들의 민낯을 까발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핵심 관료를 비롯해 법조, 언론 분야에서 지금도 윤석열 정부를 죽도록 옹호하는 세력은, 대한민국을 오도하는 '열등한 인물들'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 이들을 엘리트라고 칭송하면서, 마을마다 '축하 플래카드'를 내거는 것이 한국 사회다. 조타석의 일원인 한 여당 의원은 마침내 "헌법재판소를 때려 부수자"는 극언까지 내놓았다. 전 세계가 상찬해온 대한민국호. 그런데 이제 보니 누규는 개선되지 않은 채, 조타석마저 어느새 '엘리트의 탈을 쓴 삼류들'로 도배돼버렸다. 지금 우리는 매카트니의 예언이 한국사회에 도래했음을 실감하면서, 그 후과에 시달리고 있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
※오늘부터 주말판에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의 '역사 살롱'을 연재합니다. 짧지만 흥미로운 옛사람 이야기나 사화(史話)를 짚어보면서, 지신(知新)을 도모하는 기획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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