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독소 검출됐어도 정부 소극
헌법·환경정책법 무시하는 행태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이 어쩌다가 걱정거리가 됐을까. 걱정거리란 낙동강에서 번성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생산한 녹조 독소가 먼지·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졌고, 이것이 사람들 콧속에서 검출됐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 3일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등 민간 조사단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여름 97명의 콧속을 면봉으로 닦아내 분석했는데 절반 가까운 46명에게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
창원·밀양·합천·창녕 등 경남지역 참여자 47명 중 21명(45%)에게서도 검출됐다. 남세균이 만드는 독소 중 청산가리의 6600배에 해당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마이크로시스틴-LR이 가장 높은 빈도로 검출됐다.
지난 몇 년 동안 환경단체가 조사한 낙동강 주변에서는 일부 수돗물과 농산물, 민물고기에서도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바람을 타고 강변에서 수 ㎞까지 날아가 콧속으로 들어온 녹조 독소는 점막을 통해 혈관으로 침투하고, 온몸으로 퍼진다. 녹조 독소는 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웃 중국에서는 녹조가 심한 호수 근처에 사는 남성의 정액에서 독소가 발견됐고, 정자 숫자가 줄어든 게 확인됐다.
필자가 환경부에 에어로졸 속 독소를 조사해야 한다고 처음 촉구한 게 2021년이다. 당시 4대 강 사업 이후 낙동강 등 4대 강 주변에서 간질환자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호수 주변에서는 2010년에 81명을,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2018년에 주민 121명을 대상으로 콧속을 조사했을 때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낙동강 등 4대 강 녹조는 외국 연구 사례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16개 보로 인해 생긴 낙차 탓에 생겨난 물거품과 물보라는 녹조 독소를 사방에 뿌려주는 분무기나 마찬가지다. 스프레이 에어로졸(spray aerosol)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독소가 가장 많이 검출된 사례는 캘리포니아에서 검출된 최대치의 4.3배에 해당한다.
4년 전 환경부는 에어로졸 조사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4대 강 보를 유지해야 한다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독소 에어로졸 조사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조사보다는 시늉만 내는 데 그쳤다.
이번 조사 결과를 접한 환경부는 자체 조사 때 에어로졸에서 독소가 검출된 적이 없다면서 공동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 수문을 개방하는 등 녹조 예방 대책을 서둘러 시행하기보다는 눈치만 보고 시간만 끌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낙동강 인근 주민들은 올여름 또다시 녹조 독소를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헌법 제35조에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지만, 비상계엄을 시도한 윤석열 정권의 관료들은 이 '환경권'을 지켜줄 생각이 없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오염 물질 및 환경오염원의 원천적인 감소를 통한 사전 예방적 오염 관리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돼 있는 환경정책기본법도 무시할 작정이다.
정부는 녹조와 독소 문제를 수질 문제로 축소할 게 아니라 환경보건 이슈로 인식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답이다. 가습기 살균제에서 나타난 환경 정책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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