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국힘 홈페이지에 '불가능' 카드뉴스
계엄은 대통령 권한? 국회 제약 포고령 내용은 위헌
공수처 수사권? 경찰과 공조수사본부 법원도 인정
당신은 12.3 내란 사태에 여전히 분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란에 동조하고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견디는 게 곤욕입니다. 그런 당신이 경남도민이라면 정치적 견해가 완전히 다른 가족과 얽힐 가능성이 60%를 넘을 듯합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정치적 견해차로 가족과 대화가 두려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8.56%를 득표해 당선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47.83%) 후보와 0.73%p 차이입니다. 당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는 0.6%p 차이로 윤 후보 승리를 예측했습니다. 실제 결과와 거의 일치합니다. 출구조사에서 세대별 득표율 예측치도 나왔습니다. 이 후보는 40대(60.5%)와 50대(52.4%) 득표율이 높았습니다. 윤 후보는 60대(64.8%)와 70대(69.9%) 득표율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지난해 12.3 불법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윤 대통령이 구속되고 헌법재판소를 오가며 국회에서는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예민한 시기에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27일 임시 공휴일까지 붙어 유난히 긴 연휴, 정치적 견해차가 가장 큰 세대가 마주앉을 일이 잦을 듯합니다. 만약 광장 응원봉 물결에 벅찼던 40대가 윤 후보 득표율 73.76%를 기록한 합천에서 부모님과 친지를 만나야 한다면 반가움보다 두려움이 앞서겠습니다.
◇부정선거 '팩트체크' = 설 연휴 오랜만에 모인 가족은 모두 알 것입니다. 올해만큼은 정치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칫 연휴 전체를 파탄 낼 수 있는 폭탄을 아예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연휴 내내 켜져 있을 TV, 틈만 나면 들여다볼 휴대전화가 문제입니다. 결국 혼잣말처럼 내뱉는 정치 한탄이 누군가를 자극할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며 내세울 '옹호 논리'는 뭐가 있을까. 크게 세 가지를 꼽아봤습니다. △부정선거 △야당이 문제며 계엄은 대통령 권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월권 등입니다.
먼저 부정선거 의혹입니다. 이 의혹은 명확하게 검증해 정리한 문서가 있어 그대로 옮깁니다. 제목은 '20대 대선 국민의힘 팩트체크'입니다. 2022년 3월 국민의힘 누리집(peoplepowerparty.kr)에 게시한 '카드뉴스'입니다.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의혹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중앙선관위 선거정보센터 해킹과 투표·득표수 조작 가능 △투표함·계수기 조작 가능 △사전투표함 바꿔치기 가능 등입니다.
국민의힘은 세 가지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추천 개표참관인 활동, 보안·감시 시스템, 이의 제기 가능한 구조 등을 들어 모두 '불가능'이라고 아예 도장을 박았습니다. 아울러 윤 후보 사진을 배경으로 '저도 첫날 사전투표 하겠습니다'라는 큰 글씨를 썼습니다. 이 정도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반박으로 더하고 뺄 게 없겠습니다.
◇야당이 문제며 계엄은 대통령 권한? = 피해자에게 원인 제공 책임이 있다고 몰아붙이는 '가해자 논리'는 12.3 내란 사태에서도 작동합니다. 야당이 무리한 법안을 발의하고 국무위원을 탄핵해서 대통령 손발을 묶어 계엄을 발동했다는 식입니다.
하나하나 따지면 끝도 없습니다. 이 문제는 합법과 불법으로 나누는 게 명확합니다. 법안 발의, 국무위원 탄핵, 국정조사, 예산 삭감 등 대통령과 여당이 문제 삼는 모든 정치적 행위는 '합법' 테두리 안에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엄은 불법입니다. 계엄이 왜 불법이냐? 이런 반박은 계엄이 대통령 권한이고 통치행위로 볼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한마디로 '합법적인 범위'를 벗어났기에 불법입니다. 계엄 선포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포고령 내용이 헌법 위반입니다. 계엄 선포 요건을 채우지도 못했고 법적 한계를 일탈했습니다. 특히 국회 권한은 계엄 때도 제약할 수 없도록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습니다. 12.3 내란 당시 위헌·위법적 입법부 통제 시도는 생중계됐습니다.
가족들이 가만히 듣고 있을 리 없을 긴 설명을 간단하게 줄이면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맞을 짓'을 한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때리는 것은 대부분 불법입니다. 계엄 선포는 그런 비상식적 폭력 행사 가운데 정점입니다. 게다가 그 주체는 국가입니다.
이왕이면 12.3 내란을 옹호하는 분들이 싫어하는 정치인을 섞어 '불법 계엄'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윤석열이든 이재명이든 문재인이든 박정희든 김대중이든 불법 계엄은 절대 안 됩니다. 국민만 죽어나요."
◇공수처 월권? = 내란 혐의를 수사할 수 있는 주체는 경찰입니다. 공수처에 수사 권한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공수처는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는 없지만 직권남용 범죄를 수사하면서 연관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공수처와 경찰이 공조수사본부를 운영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논란은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면서 정리됐습니다. 피의자 쪽에서 불법 여부를 판단할 사안도 아닌 데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거부할 근거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하는 가족이 있다면 이렇게 답할 것을 권합니다.
"현직 대통령이 불법 계엄 선포로 구속되는 것을 처음 봐서 법적 조치를 어떻게 해야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법관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요. 나중에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이 탄핵당하지도 않겠지요. 기다려 봅시다."
◇그래도 소중한 가족 = 12.3 내란에 분노하는 당신은 그나마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보다 사정이 조금 낫습니다. 어쨌든 윤 대통령은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갈 길은 멉니다.
그들은 윤 대통령을 변명하는 게 아니라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자신을 변명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잘못한 것보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더 어려울 것입니다.
내가 지지했던 대통령을 더 감싸기 어려워 이제 다른 정치인 욕하기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그런 대상일 것입니다. 그럴 때는 맞장구칠 것을 권합니다. 대단한 품이 드는 일이 아닙니다. 대신 맞장구치면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붙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이재명도 똑같은 놈이다."
"맞습니다. 이재명도 불법 계엄 같은 거 하면 당장 구속해서 처벌해야지요."
소중한 가족과 편안하고 넉넉한 연휴 보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치행정1부 종합·정리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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