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100만 창원특례시 (3)창원 떠난 이유, 찾은 이유
도시 성장 정체기 '회복력 증진' 정책 필요
일자리 다양성 확보 - 주거공간 불균형 해소
일·가정 양립 확대 - 문화 여가 욕구 충족 등
창원은 과거 도시 발전 원동력이었던 산업·계획도시 특성이 현 시점에서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다양성 제약, 주거 불균형, 사회적돌봄 불충분, 낮은 문화수용력으로 경직된 상태가 지속한다면 인구 유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과거 대기업·정규직·남성 중심 ‘성장 만능’ 도시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때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도시 인구유출 가속화 = 최근 10년 사이 청년들이 제조업 중심 산업도시를 떠나고 있다. 기계·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 도시 인구유출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 인구이동 지표를 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창원·거제·울산·포항·여수 등 5대 산업도시 순유출 인구는 24만 4683명이다. 이 중에서 청년(20~39세) 생산인구는 14만 1410명으로 유출인구의 58%를 차지했다. 19세 이하 인구를 합치면 19만 4210명으로, 산업도시를 떠나는 80%가 청소년·청년이다.
남성 중심 일자리 고착화로 여성들은 지방 산업도시를 떠나고 기계·철강 등 제조업에서 일하는 인력도 외국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전국산업단지 현황’을 보면 창원국가산단에서 일하는 노동자 12만 206명 중에 남성이 85.3%(10만 2492명)를 차지하고 나머지 14.7%(1만 7714명)만 여성이다. 창원산단 노동자 연령은 50대와 60대 중장년층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40대가 그 뒤를 이으면서 30대 청년층 세대 단절과 노령화가 발생하고 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창원은 과거부터 여성 일자리가 부족하고 최근에는 정규직 일자리도 제대로 생기지 않아 대졸 청년들이 취업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창원시가 내세우는 기계산업 중심에서 방위·원전산업 중심으로 전환되면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해서는 “인구유출을 막을 제대로 된 복안인가 살펴보면 거리가 있는 것이고 여성 일자리 부족이라는 약한 고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문제만으로 청년 못 잡아 = 비단 일자리 문제만 도시를 떠나게 하지 않는다. 주거·교통·문화·보육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악순환은 이어진다.
창원은 비수도권 도시 중 주택가격이 높으면서 동시에 노후주택비율이 높은 도시이다. 산업단지 근접지역과 외곽지역 사이 주거환경 공간적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중교통 분담률이 타 도시보다 현저히 낮고 취약한 대중교통은 도시 공간 교류와 유동성을 감소시킨다.
구본우 창원시정연구원 창원학연구센터장은 “오늘날 도시는 생활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각종 자원이 융합하는 복합 기능을 갖춘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데, 계획도시로 출발한 창원은 공장-주택-상업 기능적 분할이 명확한 특성 때문에 분절적이고 교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살기 좋은 도시는 자가용 없이도 출퇴근이 용이한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인데 노인 인구도 점차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창원은 간선-지선 등 교통체계가 인구 규모만큼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원시 인구정책 기본계획 수립연구(2023년)’에 담긴 정주 여건 분석 시민 인식조사를 보면 창원을 떠나 다른 지역에 살고 싶은 이유 중 취업 외에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 문화·여가 부족 때문으로 나타났다. 대형소비시설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지역문화·공연전시·스포츠 시설은 부족하다. 또한 도시 이미지 평가에서 창의혁신·평등문화·청년존중 등 주요 지표에서 창원시민들은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도시구조 방향 전환해야 = 도시 성장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인구정책도 발맞춰 바뀌지 않으면 인구유출 가속화를 멈출 수 없다. 창원은 기계공업 중심 산업도시 형성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성장 정체기를 맞으면서 도시가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있다. 생산·경제 지표가 떨어지더라도 사회·문화 지표가 뒷받침돼야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성장도시’에서 ‘성숙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구 센터장은 “창원은 경제 침체기에 전국 평균과 시부 평균보다 취업자 감소 충격을 더 크게 받고 회복기에 취업자 회복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도시 회복력을 증진시키는 정책에 우선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다양성 확보, 주거공간 불균형 해소, 일·가정 양립 확대, 문화 욕구 충족 등에 전반적인 인식과 정책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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