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해결책 모르는 게 아니다
보 수문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을사년(乙巳年) 뱀해인 2025년 새해가 밝았다. 탄핵 정국에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120년 전 을사늑약이 체결됐던 1905년만큼이나 날씨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그래도 2024년 한 해 지구촌은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산업화 전인 1850~1900년 평균보다 1.5도 이상 올랐다.
이런 기후변화 탓인지 경남지역 주요 식수원인 낙동강에서는 지난해 녹조가 유난히 심했다. 함안과 창녕 경계인 칠서 지점에서는 조류(藻類) 경보 '관심' 단계가 지금도 발령 중이다.
칠서 지점의 지난해 전체 조류경보 발령일 수는 170일로, 2023년 112일을 훌쩍 넘었다. 하류 물금·매리 지점도 조류경보가 지속하고 있다.
녹조는 남세균(cyanobacteria·남조류)이 과도하게 번성한 것이다. 광합성 생물인 남세균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태양광이 풍부하고, 온도가 높고, 질소·인 같은 영양분이 충분하면 잘 자란다. 이틀에 한 번 세포 분열하는 남세균은 20일 동안 1000배까지 불어난다. 강물은 녹색 페인트처럼 바뀐다.
낙동강에서는 한겨울에도 남세균이 짙게 자라지만, 뜨거운 한여름이라도 강물이 빠르게 흐른다면 조류경보가 발령될 정도까지는 못 자란다. 탁한 물을 가둬두면 녹조는 창궐하기 마련이다.
이명박 정권의 4대 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 녹조가 일상화하다 보니 이런 강물로 수돗물을 생산해야 하는 정수장은 비상이다. 고도정수처리 시설이라고 해도 비릿한 맛이나 흙냄새에다 맹독성인 남세균 독소까지 철저히 걸러내는 일은 만만치 않다.
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공기를 통해 먼지처럼 날아오는 남세균 독소 에어로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북대·국립부경대 교수팀과 낙동강네트워크 등이 지난해 8월 진행한 조사에서 일부 주민들 콧구멍 안에서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되기도 했다. 독소가 코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녹조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자 일부에서는 낙동강에 '국가녹조대응센터'를 설립해 녹조 조사·연구와 제거·제어 기술 실증 등을 맡기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진국 교과서에서는 이미 100년 전부터 녹조의 원인을 설명하고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 필자의 32년 전 박사 논문 주제도 가두리 양식장이 있던 소양호의 녹조였다. 4대 강 사업 전부터 전문가들은 녹조 발생을 예견했고, 연구도 계속했다. 녹조의 원인과 해결책을 몰라서 이 지경이 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낙동강 물은 이미 영양분이 넘치는, 부(富)영양화된 물인데, 여기에 8개 보를 겹겹이 쌓아 가두는 바람에 강물 체류시간은 늘어났고, 남세균 배양장이 됐다. 2009년 전문가들이 녹조를 예상한 것처럼, 녹조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국가대응센터를 세운다고 녹조가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낙동강 보 수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일이다. 물론 수문을 열어도 취수할 수 있도록 양수장 취수장의 취수구를 낮추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환경부는 취수구 개선 사업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4대 강에 보가 없던 과거에도 영남인들은 문제없이 낙동강 물을 이용하고 살았다. 보를 개방하는 손쉬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이 기후 위기 시대에 녹조가 없어지기를 바랄 순 없다.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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