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촉구 집회에서 본 젊은이들
우리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느껴

2024년 12월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 조용히 한 해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12월 초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언은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내 개인적으로도 가짜 뉴스인가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을 서늘하게 하는 뉴스 속에서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거세졌다.

탄핵 대열에 함께하고 싶었으나 70대가 된 할머니가 혼자서 거리로 나간다는 것이 좀 뻘쭘했다. 마침 후배가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카톡방을 만들어 함께 해 보자고 했다. 찬성하는 사람들을 모아 만든 카톡방에 들어온 자가 순식간에 100명이 넘었다. 탄핵 대열에 함께하기 위해 깃발도 만들고 응원봉도 주문했다. 응원봉은 수요자들이 많아서 다음 주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한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조금 일찍 가기로 했다.

13일 오후, 다음 날 국회의사당 앞에 가기 위해서 날씨 예보도 검색하고 추울 것에 대비해 두툼한 속옷과 양말, 머플러, 장갑, 텀블러 등을 챙겼다. 또한 스티로폼 상자를 잘라서 방석 대용품도 만들었다. 마치 소풍 가기 전처럼. 14일 여성미래센타에서 낮 12시쯤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난 후, 후배가 아저씨로부터 빌려온 낚싯대에 우리들이 만든 깃발을 달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근처로 향했다. 가운데 넓은 대로엔 아직 사람들이 적었고 양옆 인도로 많은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과 건너편 인도에서 걸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와 20∼30대로 보였다. 드문드문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사람이 섞여 있는 정도였다. 멀리서 마이크 소리로 김수철의 '젊은 그대' 노래가 들렸다. 이 노래는 집회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부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국회의사당 옆 인도와 대로를 경계 짓는 턱에 자리 잡았다. 맨바닥이 아니라 턱이 있어서 스티로폼 방석을 깔고 앉으니 아주 십상이었다. 햇볕이 따스해 춥지도 않고 명당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건너편 인도엔 계속해서 젊은이들이 밀려오고 있었고 앉은 자리 앞 대로에도 차근차근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 대로에 앉은 사람 줄이 멀리 보였다. 마이크를 통해 '윤석열 탄핵, 탄핵 가결하라'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오후 2시가 되자 윤 대통령 탄핵을 기원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되고, 인천에 사는 주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의 이동권·교육권 등을 요구하는 발언 등이 이어졌다. 이어서 '바위처럼' 등의 노래를 모두 함께 불렀다. 대로에 앉은 젊은이 중 몇몇은 선물 포장 보자기에 '해보자는 것이냐, 두고 보자'는 문구를 넣어 등에 두르고 있고, '내란 수괴 윤석열을 하루빨리 처단하라',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가 쓰여 있는 풍선을 들고 있었다. 개인이 만든 깃발과 풍선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해 온 것이다.

오후 4시가 되자 탄핵안 표결 상황이 국회의사당대로 옆 큰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었다. 찬성표 204로 윤 대통령 탄핵은 가결되었다.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치고 서로 얼싸안았다. 갈 길이 먼 작은 승리였다. '1987년 6월 민중항쟁'과 촛불집회가 생각났다. 그땐 우리도 젊었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울려 퍼진 김수철의 '젊은 그대' 노랫말처럼. '살고 있는 아름다운 강산의 꿈들이 우리를 부른다, 아아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아아 사랑스런(스러운) 젊은 그대, 태양 같은 젊은 그대.' 국회의사당 앞에 온 젊은이들을 보고 우리의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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