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여행객 등 170여 명 참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여자 진주 출신 강빛나래 씨
"두 의원 당 이익 우선시" 비판
"고향서도 민주의식 높아질 것"
현지 뉴스 집회 비중 있게 다뤄
"한인사회 민주주의 수호 의지"
지난 14일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담광장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곳에는 각지 교민과 유학생, 여행객 등 170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담광장에서는 지난 7일에 이어 1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렸다. 2차 때 참가자는 1차 때 70여 명과 비교하면 2.5배 늘어난 규모였다. 현지 시각 오전 11시(한국 시각 오후 7시)로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였음에도 더 많은 사람이 광장에 모인 것이다. 이날 집회는 역시 자발적으로 함께하는 '윤석열 탄핵을 위한 네덜란드 교민과 학생 네트워크'(네덜란드 깨어있는 시민들의 모임)가 주최했다.
◇집회 함께 준비한 강빛나래 씨 = 참가자들은 '민주주의의 위협,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적힌 펼침막과 'IMPEACH YOON(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직접 만들어온 손팻말을 들고 섰다. 길이 5m 펼침막에는 영어 설명 페이지로 연결되는 정보무늬(QR코드)도 넣어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집회 이유와 의미를 알렸다. 이들은 헌법재판소 인용까지 지켜보겠다며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국힘당을 해체하라', '내란죄는 사형이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번 집회를 한인들과 함께 준비한 이 가운데 진주 출신으로 네덜란드에 거주 중인 강빛나래(37) 씨가 있다. 강 씨는 천전초등학교 졸업생으로 13세까지 진주에서 자랐다. 그는 2차 집회 때 고향 진주지역 국회의원인 박대출(국민의힘·진주 갑), 강민국(국민의힘·진주 을) 두 사람 얼굴을 인쇄한 손팻말을 들고 나왔다.
강 씨는 "두 의원이 7일 1차 탄핵 소추안 투표에 아예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지역구마다 각각 16만, 17만 되는 국민의 기본권과 안전보다 당 자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부끄러운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 씨는 "헌법 제46조 제2항에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고 각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임에도, 두 의원은 엄중한 책임과 그 무게를 가벼이 여겼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강 씨는 네덜란드 국토계획과 국토관리, 토지개발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윤 정권이 저지른 내란은 친위 쿠데타적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동시에 민주주의 공화국의 헌정 질서를 기초에서부터 짓밟아버리려 한 행태로 국민을 위한 행정이 성숙해가도록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고향 진주를 향한 애정과 응원을 나타냈다. 강 씨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YWCA, YMCA 등에서 펼친 지역 운동, 지역 신문사, 진주기독교윤리실천운동, 우리밀 살리기 운동 등 실생활에서 민주화 정신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보여주고 민주주의 저변을 넓히며 민주주의 성숙에 이바지하려고 한 수많은 진주지역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었다"며 "비록 그 힘이 미약해졌을지라도 앞으로 민주주의 이해와 의식이 더 높아지고 민주주의에 적합한 소통을 할 줄 아는 인재가 진주에서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극 반복되지 않아야" = 담광장 2차 집회는 네덜란드 종합뉴스 채널 중 하나인 RTL 18시 뉴스에도 소개됐다. 10분 분량 뉴스 중 30%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소식이었다.
강 씨는 "뉴스 방송 이후 집회 참가자들이 '회사 동료가 방송을 보고 관심을 표했다', '이웃이 방송을 보고 우리 활동에 지지를 보냈다'고 남겼다"며 "한인 사회가 보여준 민주주의 수호 의지가 네덜란드 현지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석열 탄핵을 위한 네덜란드 교민과 학생 네트워크'는 180여 명이 모인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의견을 모아 3차 집회 개최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모든 국민이 하나로 뭉쳐 불법적인 권력 남용을 막고 정의와 자유를 수호할 것을 다짐한다"는 시국선언문도 냈다.
이날 집회에서는 자유발언이 잇따랐고, 참가자들은 '그대에게', '질풍가도', '다시 만난 세계' 등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유학생 나하은(28) 씨는 "같이 연대하는 서로를 보고 용기를 얻기 위해 그리고 내가 또 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회에 참여했다"며 "헌재에게 우리의 의견을 강하게 공유하고, 탄핵 이후 역사의 기관차가 계속해서 달릴 수 있게 해 우리가 오기를 고대하는 '그날'이 올 때까지 함께하자"고 말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네덜란드로 한 달 여행 중인 20대 김유민 씨는 "비록 탄핵이 인용된다고 해도 다시 더 성숙하고 진보된 민주주의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8년 전 박근혜를 탄핵했지만, 이렇게 역사가 반복되었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라이덴 응용과학대학교 디아나 비텐도르프(Diana Wittendorp) 교수도 마이크를 잡고 "힘을 합친 사람들은 절대 지지 않는다(People united never be defeated)"며 "사람들이 힘을 합칠 때 민주주의 질서를 거스르는 독단적 권력자를 내쫓고 이길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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