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2030생활] 공책 시대를 갔다 '태블릿'이 대세
공책·교재·녹음기 태블릿에 쏙
가방 가볍게 만드는 주인공이지만
액정화면이 집중력 흐트러뜨려
시험 기간 종이 출력물로 공부
매체 장단 따져 적절히 활용을
대학생에게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이 있다. 곳곳에 알록달록한 단풍이 지고 선선한 바람이 느껴진다면 대학생의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하다.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온 이유에서다. 이맘때쯤이면 캠퍼스 주변 독서실과 학교 도서관에는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두껍고 무거운 전공 책을 한 아름 들고 이동하던 이전과는 달리 들고 다니기에도 쉽고 가벼운 태블릿PC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다. 여러 권의 전공 책과 과목별로 분류된 공책을 더는 백팩에서 꺼낼 필요가 없다. 태블릿PC 하나만 가지고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태블릿PC가 대학에서 상용화된 데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현재는 대학 입학하려는 예비 대학생에게 필수 준비물로 여겨질 정도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의 학습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종이로 된 책과 공책을 사용해야만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옛말이다. 그런데도 가슴 한편에 생겨나는 의문이 있다. 디지털을 이용한 학습이 효율을 가지고, 수납과 이용하기에도 편하다는 말은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 학습에 도움이 되는 건지 의심이 든다. 이에 관하여 대학에 재학 중이며 학습을 위해 태블릿PC를 사용하고 있거나 이용 경험이 있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야기를 통해 공통으로 언급된 학습용 어플도 알아보았다.
#공부도 앱으로 효율성 있게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을 통해 여러 정보를 나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같은 대학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험, 강의 등의 유용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정보 공유용 에브리타임을 이어 대학생들의 태블릿PC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앱은 '굿노트'였다. 이는 태블릿PC 중에서도 아이패드를 소유하고 있는 이라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일정 금액을 내야만 한다. 돈을 내면서까지 앱을 사용하는 이유는 자유자재로 필기할 수 있어서다. 종이로 된 전공 책을 소지해야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교재를 스캔하거나 e-book을 내려받아 사용한다. 그리고 스캔 된 파일 위에 자유롭게 낙서하거나 필기할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교재 PDF 파일을 올려주거나 PPT 자료로 올려준다. 학생은 파일을 내려받으면 되니 편하다. 태블릿PC의 용량만 충분하면 필요에 따라 많은 파일을 수용할 수 있다. 필기를 위해 여러 공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다는 점도 특히 좋다.
교재 파일을 이용하는 용도로도 이용하는 건 물론이고, 일기의 대체품으로도 쓰인다. 실제로 청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 상에서 다이어리 양식을 PDF로 공유하여 일정을 정리한다. 수기로 작성하는 일기는 보통 글로만 구성되기 마련이고, 사진을 부착하고 싶다면 따로 인화를 해야만 했다. 혹은 블로그와 같은 SNS에 일상을 기록하면 글은 모두 키보드로 쳐서 써넣어야 한다. 그러나 태블릿PC로는 휴대전화와 패드에 저장된 사진을 앱으로 가져와서 전용 펜으로 작성한 글과 함께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하듯 앱 하나로 교재, 공책, 다이어리 등을 대체할 수 있으니, 대학생의 필수 필기 앱으로 여겨지게 된다.
만약 교수님의 빠른 설명으로 필기를 놓쳤다고 해도 걱정 없다. 앱 자체의 녹음 기능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필기하고, 복습을 할 때에 다시 들으면 된다. 필기를 하려고 쫓기듯 강의를 수강할 필요도 없다. 굿노트의 자체 녹음 기능 외에도 '클로바노트'를 이용하여 녹음하기도 한다. 클로바노트는 녹음된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주는 앱이다. 그래서 교수님의 빠른 설명을 녹음하고, 이후에 문자로 변환한다. 실시간 수업에서는 간단히 핵심 단어 위주로 적어두는 것이다. 단어들을 보며 복습할 때 떠오르지 않아 놓치는 내용 하나 없이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환영받는 앱이다.
앞서 언급된 앱을 제외하고도 노션, 열품타, 투두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한 앱을 사용한다. 집중이 잘되지 않을 때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켜놓고 함께 공부한다거나, 오늘 하고자 하는 목표를 공유하여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디지털 기기의 등장으로 학습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학습을 위해 태블릿PC를 사용하는 인원이 증가하는 까닭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앱도 계속해서 생겨난다. 외출 시에 태블릿PC 하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를 하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등 많은 유용함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예비 대학생의 필수 준비물이라 여겨지는 게 아닐까.
# 노트 대신 액정화면, 집중력과 연관성 있을까
공부를 할 때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고루 나타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교육이 가속화하며 나타난 '에듀테크'라는 합성어에서도 알 수 있다. 에듀테크란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이라는 말을 합쳐,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기존의 교육 서비스를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태블릿PC를 대여해준다거나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모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 시장에서 에듀테크가 환영 받으며 너도나도 도입하려는 반응과 다르게, '디지털'이기에 학습에 실질적 도움이 될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결국, 스마트 전자 기기라는 점이 학습 몰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확실히 종이보다 집중은 잘 안 된다. 공부하다가 나도 모르게 게임을 하게 되거나 SNS 알림이 뜨니 집중력이 분산된다."
대학생 박현지(21) 씨는 태블릿PC와 하루를 함께한다. 공부와 여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챙겨 다닌다. 그러나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만은 태블릿PC 사용을 줄인다. "아이패드에 교수님이 핵심이라 하시는 키워드를 적어둔다. 시험 기간이 다가올 때는 모아놓은 파일을 복사해서 들고 다닌다. 한 장에 PPT를 4컷으로 분할하여 뽑으면 양이 많지 않다." 박 씨는 학기 중에 필기를 위해 태블릿PC를 사용하지만 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교재를 프린트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따른다. 학습을 방해하는 유혹이 많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 되어서다. 실제로 에듀테크가 등장하며 생겼던 우려도 이러한 지점이다.
"강의를 들으며 필기할 때는 패드를 장시간 쳐다볼 필요가 없다. 교수님께서 화면에 보여주는 PPT에 집중하면 되니, 비교적 거리가 있어 눈이 피로하지 않다. 그러나 따로 공부를 하게 되면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화면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어서 눈이 아프다." 아이패드로 공부하는 것을 즐겼던 강민지(24) 씨는 이번 시험 기간에 아이패드 사용을 줄였다. 평소 언제 어디서든 아이패드로 공부를 할 수 있으니 침대에 기대어 학습하는 걸 좋아했다. 딱딱한 의자와 책상보다는 몸이 편해서다. 공부를 아이패드로 하고 여가도 함께 즐기다 보니 하루에 전자기기를 쳐다보는 시간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래서 평소에 무언가를 쳐다볼 때 초점이 잘 안 맞거나 머리가 계속해서 멍한 기분이 느껴졌다. 모든 시험을 치르고 난 이후에는 태블릿PC와 거리를 두었고, 이상을 보였던 몸은 괜찮아졌다. "공부를 한다는 좋은 핑계로 아이패드 사용 시간이 늘어났다. 사실 아이패드 속 자료를 보며 멍을 때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는 결국 나의 눈과 정신 건강에 피로를 주는 습관이었다. 학습을 위한 도구라 하여도 결국 전자기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거 같다." 강 씨는 다음 시험 기간에는 아이패드 사용량을 줄일 것을 다짐했다. 집중력이 계속해서 떨어지니 봤던 화면을 계속해서 다시 보게 되는 거다. 장기적으로 몸에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성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전과 다르게 전자기기를 통해 학습을 하는 건 비교적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도서관이나 카페, 독서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태블릿PC와 노트북을 이용하여 공부를 하는 이가 많아서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골고루 공존하듯이 전자기기를 이용한 학습도 이를 벗어날 수 없다. 장시간 사용 시에 눈이 피로하거나 집중력 저하 유발 등의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태블릿PC가 가지는 효율성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개인의 공부 방식이나 각 매체가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고려하며 적절히 섞어 활용하는 게 좋지 싶다.
/정유정 시민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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