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문화예술 예산 비율 최저
청년들 떠나는 이유 직시해보라

세수 결손을 이유로 지방교부세가 대폭 삭감되었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경남의 문화예술 예산도 강력한 세출 구조 조정을 당했다.

지방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경남에서 손익관계를 떠나서 문화예술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들이 단순히 경제적 이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사회적 가치 창출로 지속 확장됨에도 경남의 문화예술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다.

'2023년 광역자치단체 문화예술 예산 현황'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 전체 예산 중 문화예술 예산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 경남이었다. 광주시(2.84%)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으로 전체 예산 중 문화예술 예산은 1.07%에 불과했다.

문화예술 예산 비율이 가장 낮다는 것은 향유자든 창작자든 문화예술을 통한 가치 창출이 무너지는 것이다. 예술가가 없다면, 예술가가 존재하여도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지지와 지원이 없다면, 예술 공간에 예술가의 창작물이 빛을 내고 있어도 이를 보고 공감하는 사람이 없다면 경남은 공허한 세계가 될 것이다. 직시해보라. 왜 경남에서 청년들이 떠나고 있는지를. 단지 일자리 때문일까! 문화환경 탓은 아닐까!

그런데 경남의 예술가들은 왜 반발하지 않는가? 왜 궐기하지 않는가!

궐기는 단순히 반발을 넘어, 경남의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향유할 최소한의 문화환경을 위한 강렬한 열망과 희망이다.

문화예술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2003년 프랑스 예술인들은 파업을 선택했다. 일 년에 507시간 이상을 일하면 1년 치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던 것을 열 달 반 동안 같은 시간 일해야 8개월 치 실업 수당을 받도록 법을 개정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한 해 60만 명이 찾던 아비뇽 축제가 개막조차 못 했고, 몽펠리에 무용축제, 마르세유 현대무용축제 등을 비롯해 여름 페스티벌들이 취소되었다.

2023년 미국 할리우드도 멈췄다. 인공지능(AI)이 창조적 직업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면서 영역을 침범당한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배우조합(SAG-AFTRA)이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을 선택했고, 파업은 반년이나 지속되었다.

또,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 공연 참가자들이 임금 불평등을 규탄하며 프랑스공연예술인연합(SFA)-노동총동맹(CGT) 노조가 파업 통지서를 제출하면서 파업을 예고했지만 당국이 요구를 들어주면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문화예술가를 배고픈 직업으로 만드는 한 우리나라 문화예술 환경은 어둡다. 언제까지 예술가들에게 빈곤한 삶에 만족하며 창작하라고 할 것인가. '직업은 있지만, 직장은 없는' 예술가들이 궐기하고 파업해야 하는 까닭이다!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에 반기를 드는, 스스로에게 해롭거나 주체성을 해치는 뭔가를 거부하는 '휴먼 스트라이크(인간파업)'를 주창하는 예술가집단 클레어 퐁텐의 정신처럼 경남의 예술가들이 지금 '창작 파업'에 돌입해야 하지 않는가! 집단행동을 통해서 궐기하고 발언하는 것이 파업이다. 그래서 결사가 있고 예술단체가 있는 것이다. 궐기와 파업이야말로 중요한 사회적 요구로서 경남 문화환경의 현실에 대한 저항일 것이다.

당장이라도 경남지역 문화예술의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서 문화예술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은 경남의 문화행정을 향해, 경남 예술인의 권리와 경남 예술인의 자존심을 위해, 경남에서 예술로 밥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지금 예술을 멈추고, 궐기해야 하지 않는가!

/황무현 마산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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