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과 민간 협력해 AI 대응해야
철새와 우리 삶 관계 살피기 먼저
우포따오기복원센터가 폐쇄되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로 또 주민들은 긴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겨울에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염된 철새에 의해 국내로 유입되고, 사람·차량 등의 매개체를 통해 바이러스가 농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환경부는 일본을 경유해 유입될 수 있는 야생조류에 대응하고자 경남과 부산 지역 등 철새도래지에 대한 야생조류 예찰(미리 살피기)을 확대하고, 철새도래지 주변 도로와 인근 농가에 대한 소독도 강화한다.
폭염이 누그러지고 가을 초입 북풍이 불어오면서 우포늪 등 낙동강을 찾아올 겨울 철새를 관찰하고자 매일 아침 대대제방에서 따오기복원센터 쪽으로 2시간 이상을 걷는다. 특히 큰기러기 개체수는 10월 1일 처음 9마리가 우포늪 모래톱에 도착했는데, 13일 현재 89마리까지 증가했다. 필자는 이러한 사항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까닭은 낙동강의 배후습지들은 이동하는 철새들의 쉼터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화포천에는 황새가, 주남지에는 재두루미, 우포늪에는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관찰자로서 기쁨과 감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개체수를 세어가면서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겨울 철새들이 머물거나 이동하는 중에 AI로 고니류나 오리류 등이 사체로 발견될 때 긴장한다. 빠르게 환경부나 지자체에 신고해 조처하도록 돕는다. 해마다 AI가 발생하면 주변으로 전염을 막는 방법은 물 위에 사체가 보이면 즉시 처리하는 것이 일차적 방책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철새들을 일방적으로 AI 주범으로 몰아갔지만, AI 대응책은 철새들이 이동하는 시기를 잘 파악해 우리 농축산업과 우리 삶이 동물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보는 데 있다. 그래서 우선 경남도와 창녕군은 따오기복원센터 내 방문객 출입을 금지하고 우포늪 생명길은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꼭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폭염으로 잘 보전된 습지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겨울 철새가 날아오는 시점에 많은 생태관광객의 방문으로 숨통을 트며 소득을 올릴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과거 행정의 행태를 보면 축산단지나 철새 사체에 대한 예찰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철새도래지 전체를 폐쇄해 주민들과 상인들의 원성을 듣는 일이 다반사였다.
국내에서 이런 문제에 제일 먼저 대응책을 마련한 지자체는 순천만 습지가 있는 전남 순천이다. 최근에는 우포늪도 행정이 민간과 협력해 그 방안을 찾아가는 중이다. 실제로 순천만은 행정이 순천만 습지 주변의 축산단지를 비롯해 AI 발생 차단을 위해 예산을 마련해 새들과 가금류 농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경남도 등 습지 주변 지자체도 민관협력으로 겨울철새 도래지가 AI 지역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다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철새들의 이동 경로상의 중간에 있다. 이 때문에 동일한 지역의 면적에 비해서 굉장히 다양한 종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낙동강습지벨트에 날아오는 철새들과 방문객들이 아름다운 백조의 호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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