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2030생활] '저속노화' 관심 많은 청년 세대
잘못된 식습관 노출된 젊은층
맵고 짜고 단 음식에 익숙해져
당뇨·비만 등 기저질환 앓기도
자연스럽게 건강한 식단 관심
식사 때 음식 섭취 순서 바꾸고
정제 탄수화물·과도한 당 지양
소셜미디어에 인증 사진 공유
실천 다짐·잘못된 식습관 반성
무더운 날씨가 가시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왔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그런지 집 나갔던 입맛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불쾌하지 않은 날씨에 괜히 기분도 좋아지고 식욕도 왕성해진다. 좋은 날씨를 만끽하고자 외출이라도 하면 외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외식 빈도도 잦아지면 짜고 단 자극적인 음식에 입맛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왕성한 입맛에 더불어 인스턴트나 식당의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해서 즐겨 먹는다면, 건강에 이상이 오기 마련이다. 특히 젊은 층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맵고 짠 음식 섭취를 즐긴다. 이어 후식으로 당이 가득한 디저트를 먹고 나서야 만족감을 느낀다. 이러한 식습관 때문에 20·30세대의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힘든 하루의 보상으로 배달 음식과 외식을 자주 찾는 생활 습관이 건강의 악화와 빠른 노화에 가까워지게 하는 것이다.
보통 빠른 노화를 방지하고 건강을 지키려는 일은 노화를 겪는 중장년층에게 더욱 와닿을 것이다. 제대로 된 한 끼를 챙겨 먹는 것보다 빠르고 맛있는 음식을 주로 찾는 청년들에게 '건강'은 아직 먼 이야기만 같다. 건강을 챙기는 건 나중으로 미뤄왔던 청년 세대지만 당뇨, 비만 등의 문제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청년 세대의 건강 상태를 우려하는 통계들이 등장했고, 이는 청년 층이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빠르게 번져갔다. 이를 인지한 청년들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고안하여 활발히 공유하는 중이다. 우리 몸을 지키는 방법으로는 규칙적인 식습관과 충분한 숙면, 일정한 운동 등이 있다. 바쁜 일상에 충분한 숙면을 취하기는 어렵고, 운동은 힘들어서 쉽게 포기하게 되니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식습관'에 초점을 둔다.
최근 20·30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SNS에는 '혈당 스파이크', '저속노화밥'이라는 식문화 트렌드가 생겨났다. 식사 시에 여러 규칙을 정하여 빠르게 가까워지는 노화를 막겠다는 거다. 그렇다면, 혈당 스파이크와 저속노화밥은 무엇이며 이들은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데에 어떠한 도움이 될까?
# 혈당 스파이크 오지 않게 조심!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청년층은 SNS에 업로드하기 위한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 당연한 절차처럼 여긴다. 배가 고픈 상태지만 사진 한 장을 위해 모든 음식이 한 번에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또,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전에 샐러드나 채소를 먼저 먹는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음식 속 채소를 찾아서는 탄수화물을 먹기 전에 섭취한다. 청년 세대의 이러한 행동은 '혈당 스파이크'를 막기 위해서다. 혈당 스파이크란 혈액 속 포도당을 의미하는 혈당의 수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가 줄어드는 걸 말한다. 보통 식사를 하고 난 이후엔 혈당 수치가 증가한다. 만약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하면 우리 몸에서 인슐린이 과잉 분비된다. 인슐린이 분비되는 동안에는 지방이 연소하지 않는다. 만약 이것이 반복되면 인슐린 분비 문제와 저항성이 생겨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지방이 타지 않아 살이 빠지지 않는 문제도 있지만 당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에 혈당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혈당 조절에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실생활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은 음식 섭취 순서를 바꾸는 거다. 채소와 같은 섬유질을 먼저 먹고,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먹으면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 이 순서대로 음식을 먹는 습관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당뇨병 예방과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식사할 때만 신경을 기울이면 되니 비교적 실천이 쉽다고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해당 방법은 청년 세대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혈당 스파이크를 주제로 삼아 제작된 콘텐츠를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인기를 끄는 콘텐츠는 혈당 측정 기기를 사용하여 제작한 영상들이다. 영상 속 인물은 연속혈당측정기(CGM)를 구매하여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을 때 혈당이 빠르게 오르는지, 식전에 섭취해야 하는 채소 양을 알려준다. 물론 CGM의 정확성과 효과에 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점과 더불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의존하는 건 좋지 않다. 그러나 혈당 관리를 이유로 삼아 본인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은 건강한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좋은 움직임이다.
# 저속노화밥, 그게 뭐야?
혈당 관리와 더불어 화두에 오른 식문화 트렌드는 '저속노화밥'이다. SNS에 '저속노화밥'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검색을 하면 건강한 한 끼 식사 인증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속노화밥 식단에는 공통으로 렌틸콩과 귀리, 현미, 백미 등을 일정한 비율에 맞게 섞어 지은 잡곡밥이 함께한다. 잡곡밥이 몸에 좋다는 말은 잘 알고 있다. 요구되는 잡곡의 수가 쌀밥보다 많기에 1인 가구가 매일 챙겨 먹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러나 소분해 놓고 먹을 때마다 다시 데워 먹는 등의 방식을 인증 사진으로 공유하며 장벽의 높이를 낮춰준다. 많은 사람이 쉽게 실천하도록 방법을 제시하는 글도 많다. 저속노화밥 키워드가 인기를 끄는 데에는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갓생' 챌린지 형식으로 진행되어 건강을 지키는 데에 흥미를 돋운다. 밥 하나 잘 챙겨 먹어도 좋은 삶을 산 듯한 기분을 주는 이유에서다.
청년 세대의 참여를 이끈 저속노화밥의 열풍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놀랍게도 국내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식단 게시글이 인기를 끌며 청년 세대가 주목하였다. 정 교수의 식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쌀밥과 다르다. 렌틸콩과 귀리를 비롯한 여러 잡곡을 섞어 지은 밥이라, 쌀밥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에게는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이 밥을 보고 '교수님 이건 밥이 아니라 사료 아닌가요?', '몸에 좋은 걸 알지만 내가 먹고 싶지 않은 밥이다. 근데 진짜로 밥이 맞나?' 등의 의아한 반응이 있었다.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던 초기 반응과는 다르게, 현재는 정 교수의 저속노화밥을 따라 하며 건강을 지키려는 젊은 세대가 많아졌다.
그렇다면, 정 교수의 저속노화밥은 어떻게 만들면 될까. 앞서 간단히 언급하였듯이 렌틸콩과 귀리, 현미, 백미를 4:2:2:2 비율로 혼합해 만들면 된다. 이는 정 교수가 신경 퇴행성 지연 다이어트를 위해 제안한 한국식 'MIND' 식단이다. 'MIND' 식단은 지중해 식사의 개념과, 고혈압 예방을 위한 식이요법 'DASH' 식사의 장점만 모은 것이다. 'DASH' 식사는 낮은 당지수의 복합탄수화물 통곡물과 콩 등을 주요 칼로리와 단백질원으로 삼는 걸 말한다. 여기에 치즈, 붉은 고기를 줄이고 채소와 당이 적은 과일을 먹는 지중해식 식단을 결합하면 MIND 식단이 완성된다.
청년 층이 느리게 늙는 '저속 노화'에 관하여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잘못된 식습관으로 당뇨병이나 암 등의 기저질환을 앓는 청년이 늘어나서다. 정제 탄수화물, 과도한 당을 섭취하고 운동 부족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속 노화에 힘을 박차고 있다. 매일 규칙적이고 건강한 식사를 챙겨 먹는 건 쉽지 않다. 또, 배달 음식과 패스트푸드에 노출되어 버린 탓에 자극적인 맛이 계속해서 떠오를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청년들은 SNS에 '오늘의 고속노화밥', '혈당 스파이크 폭탄 식단'이라 언급하며 음식 사진을 올리고 반성한다. 오늘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을지라도 내일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다. 이러하듯 지키지 못한 식습관에 대해 낙담하고 건강을 지키는 걸 포기하는 것보다는 '고속노화밥', '혈당 스파이크 폭탄 식단'이라 지칭하며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상기하고, 내일은 올바른 생활로 돌아올 것을 약속하는 노력이 중요한 게 아닐까. 유행처럼 시작된 저속노화밥과 혈당 관리 열풍이 계속되어 청년 세대의 건강에 푸른불이 들어오길 바란다.
/정유정 시민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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