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 변화 없음에 여야 모두 비판
정부와 여당 지지율 하락 주요 원인인 의료 대란 해법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문제 언급도 없었다. 남은 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육류’(소고기·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는 사실 뿐. 24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당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회동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데 따른 비판 여론이 거세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했다. 7월 한동훈 체제 출범 후 두 달 만에 얼굴을 마주한 당정은 의정 갈등 해법과 김 여사 리스크 관련 대화보다는 당정 간 화합을 도모하는 선에 그쳤다.
한 대표가 요청한 ‘독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국을 달구는 굵직한 정치 현안보다는 가벼운 대화가 주로 오갔다. 윤 대통령은 식사 후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와 나란히 분수공원 주변을 거닐며 10여 분 동안 담소를 나눴는데 현안 언급은 없었다. 90분간 만남에도 정국 현안 관련 제대로 된 언급 한 번 못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재요청 했다.
그는 25일 전날 만찬에 대해 “성과가 전혀 없는 것 같다”며 독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소득 없이 끝난 만찬에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만나 ‘우리 한 대표 좋아하는 소고기, 돼지고기’만 먹고 헤어졌다”며 “의료 대란 ‘의’ 자도 나오지 않았고, 연금개혁 ‘연’ 자도 나오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의 비참한 몰락, 미친 집값과 가계부채 같은 민생 문제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대통령과 당을 향한 민심 이반도 거론되지 않았다”며 “최소한 의료 대란을 해결할 당정의 일치된 해법만큼은 꼭 나와야 했던 건 아닌가. 검사 출신 두 사람의 이런 한심한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김해 을 당협위원장도 “물가고, 의정 혼란, 정국 대치 등 국민 시름이 깊은 이 엄중한 시기에 당정의 수뇌부가 총출동한 자리에서 현안 고민은 없고 밥만 먹고 헤어진 이 사실을 국민이 어떻게 이해할까”라면서 “대통령실 당정 만찬은 하지 않은 것만 못한 자리였다”고 한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저 밥만 먹었다는 사실이 실로 충격적”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는 성명을 내 “국민 고통과 불안을 외면한 채 이번 회동이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는 건 정부·여당이 현 시국의 심각성을 외면한 것이자 무책임하게 국민의 마지막 신뢰마저 저버린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위는 이어 “한 대표 스스로 ‘의료대란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을 만나 의료 대란의 ‘의’ 자도 꺼내지 못했다. 독대 자리가 아니면 말도 못 꺼내는 여당 대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 등 의료개혁 해법을 찾고자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아직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를 뺀 ‘여·야·의 협의체’를 먼저 출범시키자고 압박하고 있으나 사실상 윤 대통령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정부가 빠진 협의체 구성 무용론도 제기된다. 한 대표 독대 재요청은 이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이나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서도 “논의해야 할 일”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앞서 독대 요청도 대통령실은 “별도로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거절한 바 있다.
20% 지지율에 머무는 당정의 ‘국정 변화 의지 없음’은 민심 이반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내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본회의에서 재의결 예정인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국회 내 통과 압박이 거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5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어떤 정권에서도 대통령 본인과 가족, 측근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 특검을 거부한 적 없다”며 “김건희 여사 특검 같은 경우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건데 의혹 범위와 폭, 깊이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어 국회도 그냥 방치하거나 방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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