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2030 생활]

우울증 겪는 20~29세 환자 급증
불교문화 경험 템플스테이 인기
바쁜 일상 벗어나 '나'에게 집중
종교 상관없이 여유 휴식 만끽
자극적이지 않은 사찰음식 매력

청년의 정신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의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온 이유에서다. 진로 결정과 취업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20대 중후반에 찾아오는 제2의 사춘기를 뜻하는 신조어인 '이십춘기'의 탄생을 보았을 때도,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층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 정보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8년에 약 76만 명이었고, 106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이 중에서도 청년 층에 속하는 20~29세의 환자는 약 99%로 2배가량 늘었다.

건강한 정신을 지키는 방법으론 여러가지가 있지만, 자연을 찾아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게 효과적이다. 정신없는 도심을 벗어나서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스트레스를 푸는 거다. 이러한 방식을 직접 실천하고자 청년들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찰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오락기기는 물론이고 즐길 거리 하나 없는 자연 속으로 청년들이 찾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밀양 표충사. /정유정
밀양 표충사. /정유정

템플스테이란 산사에서 일정 기간 머물며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이다. 한국불교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산사에서 하루를 보내며 마음 안정을 취한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산사는 푸른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머물며 진정한 행복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어준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시작되었다. 현재에는 OECD가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우수 문화상품'으로 선정한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로, 많은 세계인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 입맛에 맞게 고르는 프로그램

취업 준비생 정희정 씨(24)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홀로 휴식하는 걸 즐긴다. 바쁜 일상 속 여유를 찾기 위해서다. 사람이 붐비고 정신이 없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여유를 찾고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자주 찾는다. "집에서는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기가 어렵다. 당장 현실로 복귀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보통 체험형보다는 휴식형을 선택하는 편인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정 씨는 한 달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 절을 찾는다. 그때마다 템플스테이 휴식형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사찰에 머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쉬도록 도와준다. 사찰에 따라서 다르지만, 온종일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곳도 있다. 혹은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예불과 공양, 사찰 안내 및 사찰 예절 교육을 필수록 듣도록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고정된 일정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휴식형 프로그램의 자유로운 일정에 매력을 느끼고 신청한다.

"이제는 불안한 마음이 들고 기운이 나지 않을 때면 자연스레 템플스테이를 떠올린다. 종교 시설이라고 하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108배를 한다거나, 예불에 참여해야 할 거란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나'의 휴식과 마음 안정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정 씨는 사찰에서의 좋았던 기억을 친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중이다. 이러하듯 정 씨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블로그, SNS에서 휴식형 프로그램을 다녀 온 청년들의 후기가 많다.

밀양 표충사. /정유정
밀양 표충사. /정유정

#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찾아가는 곳

불교 신자만이 사찰을 찾고, 템플스테이에 참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서 불교에 관해 배워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시간을 보냈던 사찰은 주변 자연을 이용한 프로그램으로,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김다혜(24·대학생) 씨는 기독교 신자이다. 친구들의 추천으로 템플스테이의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108배, 연등 만들기, 문화유적 탐방 등 한국의 불교문화를 경험해보는 데에 목표를 뒀다. 그리고 전통문화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는 추석이나 설, 연말·연초 등 시기별로 다르게 진행된다.

"특히 좋았던 점은 사찰 음식을 체험할 수 있었던 거다. 건강한 식 재료로 만들어진 사찰 음식들을 체험하며 건강이 좋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보통 여행을 떠나면 평소보다 더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템플스테이에서는 정성이 가득한 식사를 삼시세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김 씨가 말하듯이 사찰 음식을 즐기는 것도 큰 장점이 되었다. 실제로 청년층의 템플스테이 수요가 늘면서 SNS 상에서는 '음식이 맛있는 사찰 리스트'처럼 음식이 맛있었던 사찰을 정리한 글이 퍼져나갔다.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찰 음식을 경험해보기 위해 템플스테이를 가봐야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특정 사찰에는 스님들의 식기인 '발우'로 공양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보통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사찰은 사람들에게 유명하고 큰 절이다. 절이 클수록 찾는 사람이 많아 식당에서 공양을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은 절이거나 일부 사찰에서는 발우 공양이 가능하다. 실제로 스님이 사용하는 식기를 이용하며 공양을 하는 것이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렇게 일상에서는 경험해보기 어려운 문화를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하게 된다.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불교와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모두에게 인기가 좋다.

밀양 표충사. /정유정
밀양 표충사. /정유정

# 고려되었으면 하는 사항이 있다면

"4년 전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최근에 휴식을 위해 사찰을 찾는 친구들이 많아지자, 다시 한 번 가볼 의향이 생겼다. 그러나 4년 전보다 가격이 올라서 참가가 부담스러워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부터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다." 익명의 ㄱ 씨는 청년 층 사이 템플스테이 유행이 오기 이전부터 사찰로 떠나는 걸 즐겨 했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비해 크게 오른 가격대에 아쉬움을 남겼다. 휴식형은 1박 5만 원, 체험형은 9만 원도 존재한다. "보통 산속에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다. 그래서 한 번에 가려면 2~3박 정도는 해야 하는데, 교통비도 많이 들고 참가에도 돈을 쓰게 된다. 이렇게 할 바에는 가까운 여행지로 놀러 가는 게 더 가성비가 있는 거 같다." ㄱ 씨의 말처럼 가격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청년층의 특성상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머물 때 2, 3박을 선호하지만 숙박을 추가할 때마다 더해지는 가격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올해에 들어서 불교와 템플스테이에 관심을 두는 청년이 많아지자, 상반기에는 대학생들이 저렴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청춘 템플스테이'가 진행되었다. 그 덕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사찰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이라 가격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였다. 사찰로의 접근성을 높이거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오는 게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자연은 자연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현대인의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우울감을 겪거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치유가 되어준다. 만약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템플스테이를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 현재 경남에는 15개의 사찰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찰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니, 거리와 일정을 잘 조정하여 떠나보는 걸 추천한다. 사찰에 머무는 동안 한국의 불교문화와 자연을 느끼며 지쳤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정유정 시민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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