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건물 탈피 공공 문화공간과 협업을
주변 반지하 작업실을 차고 프로젝트로
경남도립미술관이 2004년 6월 23일에 개관했으니 이제 20주년을 맞았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는 유독 미술관에 인색했다. 100만 도시 창원에도 시립미술관이 없고, 주변 도시들 역시 변변한 공공미술관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도립미술관 20주년은 의미 있다.
설립 당시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20세기 이후 경남의 현대미술 작품을 수집·보존·연구함으로써 향후 지역 미술 연구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얼마나 성취했을까? 그래서 지역 미술사 연구와 정립을 위한 경남지역 작가 중심의 기획전들은 또 얼마나 성취를 이뤘을까? 그리고 이제 20주년을 맞아 그 기능과 역할은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을까? 여전히 전시 행사에 의존한 안일한 운영은 없는지, 매년 소장품은 늘어나지만 번번하지 못해서 건물로만 존속하는 미술관은 아닌지, 대부분 공공미술관이 그렇듯이 정체성 부재의 지역미술관이라는 비판 등에서 자유로운지, 20주년에 즈음하여 미술관의 새로운 방향과 역할과 운영방식이 궁금해진다.
태생적으로 경남도립미술관은 경남 미술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기능과 역할에 묶여 있었다. 이것이 지역 공공미술관을 획일화했다는 학계 비판도 있었고, 전시 개최 중심이라는 기능적 목적이 앞선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유물 소장 중심의 미술관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장품에서 벗어나서 전시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나아가서는 경남 청년작가들이 떠나지 않도록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허브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레지던시를 비롯해 청년작가들에게 전시 공간과 스튜디오 및 창작을 위한 각종 자료를 제공하는 미술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유수의 미술관들이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운영을 하는 이즈음, 지나치게 엘리트주의적 감상 공간에 머물렀던 경남도립미술관이 대중적(public) 감상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아카이브, 레지던시, 창작활동 지원 등을 지향한다면 새로운 20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미술관이 차별화하는 운영 전략으로 변하는 이때 경남도립미술관도 미술관 건물에만 의존하지 말고 경남 공공 문화공간들과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운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운영되어 왔던 '찾아가는 도립미술관'을 넘어 창작 공간들과의 찾아가는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도립미술관 주변 국립창원대학교를 중심으로 슬럼화하는 반지하 차고 공간에 예술가 작업공간이 많이 입주해있는 환경과 협업하면 어떨까? 예산 부담 없이 차고 프로젝트를 통해서 새로운 예술 거점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현재 IT 혁신을 주도하고 4차 산업혁명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애플, 구글, 아마존닷컴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은 모두 차고에서 탄생했다. 이런 차고 성공신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무기로 혁명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관 주변의 작가들 공간과 협업하여 공간의 경직성과 미술관 특색을 반영한 변화하는 공간, 움직이는 공간,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공유되는 '공론장'으로 변할 것을 제안해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20주년에 경의를 표하며,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경남도립미술관의 새로운 20년 정체성을 정립하고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 전개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황무현 마산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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