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 '기후 난민'되지 않게
아동환경·인권교육 실천 동참을

지난밤 솔부엉이가 별처럼 반짝이는 사랑 노래를 했다. 이웃인 오종식 우포늪해설사와 둘이서 달과 별, 밤을 가르는 새들의 사랑 소리와 검은등뻐꾸기가 갓 태어난 자식에게 보내는 울음소리를 미루나무 아래서 들었다. 이런 생태적 감수성을 우포늪을 방문하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들려주는 기쁨을 생각하며 밤길을 걸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는 새벽 물안개 속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부지런한 왜가리 가족에게 "안녕" 하고 아침인사를 하며 해님을 향하여 두 손 모은다. 마침 어제는 환경의 날(6월 5일)이었고 오늘은 현충일이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우포자연도서관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들으며 이 시대의 '디아스포라'를 생각한다. 디아스포라는 '흩어짐'의 뜻으로, 팔레스타인 이외의 지역에 살면서 유대적 종교 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는 말로 잘 알려졌지만, 오늘날에는 전쟁과 기아, 환경 훼손으로 삶터를 떠나야 하는 많은 난민도 포함한다. 현대에서 영토 분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권력의 탐욕으로 지구촌은 아수라장이다. 한민족 역시 조선 구한 말기의 혼란을 피해 1860년대부터 많은 사람이 연해주와 만주 일대로 이주하면서 디아스포라를 경험했다. 1920년대에는 연평균 대략 1만 명이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1930년대 이후로는 일본 제국주의적 국외 침공 등에 동원되어 강제로 이주된 사람들 수가 크게 늘면서 1945년 광복 당시 통계에 일본으로 약 110만 명이, 만주 일대로 120만 명이 이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 침략 등 역사 속에서 우리 형제들이 강제로 끌려가는, 자발적 디아스포라가 아닌 아픔은 이제 끝내야 한다. 현 남북 상황도 강대국들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민족공동체 회복과 정체성 확립으로 스스로 생명·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삶에 몰입해야 할 때다.

현충일, 전쟁으로 희생한 이들을 추모하면서 다시는 이 땅에 한민족이 난민이 되어 디아스포라가 되는 일이 없도록 기성 세대가 미래 세대 앞에 약속하자. 앞으로는 지구촌 전체가 산불, 가뭄, 홍수 등으로 '기후 난민'으로 살거나 섬과 해안에서 살던 사람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노아의 방주'를 타고 산으로 옮겨 가야 한다.

마침 환경의 날을 맞아 통영에서 해양쓰레기 '해쓰단당' 세미나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아이들은 기후행진을 하며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일회용품을 줄이자" "기후위기를 막아 주세요!" "지구야, 우리가 도와줄게!" 등의 문구를 적어 형형색색으로 꾸민 자신만의 손팻말을 들고 길거리 행진을 했다. '어른들과 대한민국 환경부에 드리는 제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학생기후정의행진'이다.

한편 어린이와 청소년·부모들이 기후소송도 진행 중이다.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등 4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이미 프랑스를 비롯한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나라들은 청소년들의 청원을 수용해 헌법 조문에 "기후위기와 싸운다"는 실질적 입법 활동을 시작하였다. 모든 교과 교육과정에서 아동환경인권교육도 실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경남도지사와 경남교육감부터 앞장서서 아이들과 기후행진에 동참해 전 도민이 함께 호응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가기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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