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2030생활] 일상 속 안전 위협하는 전동 킥보드

먼 거리를 이동하고자 사람들은 여러 이동 수단을 만들어냈다. 이렇듯 삶의 편안함을 위하여 꾸준히 기술은 변화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로 오늘날 도로 위에는 승용차와 오토바이, 버스 등의 교통수단이 공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이동 수단이 있는데, 이는 바로 전동 킥보드다. 이전에는 전동 킥보드가 개인의 소유에 한정되어 이용되어 왔다면 최근에는 이를 유상·무상으로 공유하는 서비스가 제공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와 다르게 주차를 위해 넓은 공간이 없어도 되고, 대여할 수 있는 킥보드를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등의 이유로 청년 세대가 특히 애용한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활발해진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대여에서부터 이용, 주차와 같이 모든 대여 과정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오히려 역효과가 되어 꾸준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많은 이가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사건·사고 또한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동 킥보드 탓인 사건·사고들이 공유 서비스가 상용화된 이후 지속적으로 언급되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전동 킥보드를 둘러싼 문제들은 쉽사리 사그라질 줄 모른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인도 개인형 이동장치 지정주차구역에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인도 개인형 이동장치 지정주차구역에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킥보드

도로 위에서도 킥보드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대학 캠퍼스 내에서 더 눈에 띈다. 강의실 간의 먼 거리와 가파른 캠퍼스를 편하게 다니고자 킥보드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킥보드는 학교 정문, 캠퍼스, 기숙사, 강의실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늦잠을 자서 빠른 이동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기에는 비용적으로 부담이 가고 택시를 기다리기에도 시간이 걸린다. 길거리에 킥보드를 주차해 놓은 사람이 많은 덕에, 대여받기 위해 킥보드를 힘들게 찾지 않아도 된다. 또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학생 지성민(25) 씨는 학교로 이동하거나 수업에 늦을 것 같을 때 킥보드를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장인의 출퇴근, 학생의 등교 시간에 공유 킥보드 사용이 빈번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붐비는 지하철과 버스 이용을 피하기 위한 대체재로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의를 듣고자 이동해야 하는 건물이 대부분 높은 지대에 있다. 공유 킥보드가 상용화되기 이전에는 무조건 도보로 움직여야 했지만, 지금은 무조건 킥보드를 타고 간다." 성민 씨의 말처럼 오르막, 내리막길을 편하게 이동하려고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례도 잦다. 이러하듯 여러 이유로 전동 킥보드를 찾는 이가 많다. 데이터플랫폼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공유 킥보드 플랫폼의 상위 8개 앱 다운로드 건수가 약 210만 건을 기록했다. 전체 모빌리티 앱 시장 내에서 다운로드 비중이 20.52%를 차지하는 등, 5명 중 1명은 이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킥보드를 사용하기 위해 앱을 이용해야 하는 특성상, 앱 다운로드 수는 이용자의 수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통계를 통해 수치를 비교하지 않아도 집을 나와 거리를 둘러보면 주차돼있는 많은 전동 킥보드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하듯 킥보드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한 시민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한 시민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끊임없는 사건·사고들

전동 킥보드의 편리함으로 이용하는 인원의 수가 증가하는 비율과 비례하여, 이와 관련된 사건·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건수가 2018년 225건에서 2023년 2386건으로 5년 사이에 10배 넘게 늘었다. 전동 킥보드의 사고를 다루는 기사들이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2024년에는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할 거라 예상한다.

사고를 방지하고자 정부는 전동 킥보드에 만 16세 이상, 제2종 원동기 장치 이상의 운전면허증 소유자에게만 이용을 허용했다. 또한, 안전모 착용은 필수로 지정하고 인도 주행을 금지하며, 승차 인원도 초과해서 탈 시에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거리에는 여전히 유의 사항을 어긴 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토바이나 자동차보다 단속이 어렵기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서다.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니 오로지 이용자의 편의만 추구하여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용자 개인의 안전 유의가 필요해진다.

그러나 명확한 규제와 단속 없이 개인이 스스로 수칙을 지킬 것만을 희망하는 일은 좋은 대처가 아니다. 이용자들은 여러 이유를 대며 안전 수칙을 지키며 불편함을 견디는 대신 편의를 추구하는 이유에서다. "도로 위는 무섭다. 차가 옆에서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도로 향하는 것 같다. 인도로 주행하는 게 옳지 않다는 걸 알지만, 사람이 없으면 괜찮을 거로 생각하고 인도로 다니게 된다." 20대 청년 ㄱ 씨는 전동 킥보드를 탈 때에 인도를 통해 다니게 된다고 했다. 이는 옳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으나, 인도로 다닌다고 하더라도 대놓고 잘못을 꼬집어주는 이가 없으니 양심을 속인다고 덧붙였다.

"안전 장비 착용이 필수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여 장소에 안전 장비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실제로 공유 전동 킥보드를 대여해주는 업체를 이용할 때 안전모를 대여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유 킥보드를 사용하려면 개인이 안전모를 구매해야 한다. "따로 안전모를 구매하기는 원하지 않아서 '잠깐' 정도는 괜찮겠지 라며 착용하지 않는다." ㄱ 씨뿐만 아니라 킥보드를 개인이 소유하지 않는 경우에는 안전모 착용을 등한시하게 되는 거다. 킥보드 탑승 시에 온몸이 노출되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안전모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주행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지정주차구역. /정유정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지정주차구역. /정유정

"킥보드를 안전하게 타지 않는 학생들을 제지하려고 학교 교문에 경찰관이 수시로 올 때가 있다. 그러면 학생들은 대학 커뮤니티에 오늘 교문에서 단속을 하니 조심하라는 게시글을 작성할 때도 있었다." 대학생 ㄴ 씨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단속 또한 큰 효과가 없다고. 단속 시에 실시간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여 단속을 피하는 것이다. "단속 관련 게시글뿐만 아니라 평소 전동 킥보드에 대한 반응을 보면 대학생들의 안전 의식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걸 느낀다. 두 명이 함께 타는 것, 최고 속도로 인도에서 주행하기, 술을 마신 상태로 이용하는 등의 모습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지하지 못한다." ㄴ 씨의 말처럼 주 이용자인 청년 세대는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생겨나는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그렇기에 킥보드 이용자 모두가 필수로 안전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아직은 교육이 의무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청년 이용자가 스스로 수칙을 지키길 바라는 것도 좋으나 줄어들지 않는 사고 수치를 봤을 때, 안전 교육을 필수로 수료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한 지점이다.

최근에는 안전을 준수하지 않은 채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킥라니'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와 안전을 위협하는 이용자를 말한다. 편리한 이동 수단의 발달로 사람들이 이전보다 손쉽게 가까운 거리를 다닐 수 있게 되었지만, 개인의 편리함을 위하여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위협적으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을 제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용자 스스로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게 특히 중요하다.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고, 이용자의 편리함을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모두의 주의가 필요하다.

 /정유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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