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국가산단 50년 그리고 미래]
1970년대 고도 성장 발판 수출 거점
산업 인력 규모·성장률 수치 정체
설비 노후화 이어 노동자 고령화 등
청년인구 유출...일자리 문제 직결
독일 노사정 3주체 생산 향상 넘어
사회 혁신·패러다임 전환 함께 고민
스마트 공장 변화 일자리 창출 기회
여성 인력 확대...예술문화 공간 갖춰야
산업·문화·청년 공존 '친환경 산단'으로
산업단지 혁신은 곧 지역 경제·사회구조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대한민국 기계산업 1번지’ 창원국가산업단지가 탄생한 지 50돌을 맞았다. 대전환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 행사가 23일부터 27일까지 창원시 곳곳에서 열린다. 과거 50년을 진단하고 미래 50년을 향한 비전을 지역사회 구성원과 함께 그리는 장이다.
◇1970년대 고도성장 발판 창원공단 = 1974년 4월 1일이 생일인 창원국가산단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기조에 따라 조성됐다. 1973년 정부는 수출 거점으로 빼어난 입지와 조건을 갖춘 공간을 물색하던 중 바다와 인접하고 넓은 평지로 최적화된 창원을 낙점했다. 1975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 창원국가산단은 44개 입주기업으로 출발했다. 2000년 1026개로 증가하고, 지난해 기준 2965개 기업이 생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처음 생산액 60조 원을 돌파했고, 30년 전인 1994년 생산액 10조 원보다 6배 성장한 수치다. 수출액도 점차 늘어 1987년 10억 달러, 2005년 100억 달러, 2012년에는 239억 달러를 기록했다.
빛나는 성장에도 창원국가산단은 노후화에 직면했다. 설비가 오래됐을 뿐 아니라 기계를 돌리는 주체인 노동자들 또한 고령화로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창원국가산단 성장 정체 = 산업구조 다변화 속에 창원국가산단도 기존 시스템으로 더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이러한 진단은 여러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 자료를 보면 지식기반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창원시는 산업 인력과 성장률 면에서 정체기에 놓여 있다. 지식기반제조업 종사자 수 1위를 굳건히 지키던 창원은 20년 사이 경기도 화성시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2000년 4만 6206명이던 창원시 지식기반제조업 종사자 수는 2020년 4만 8195명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반면 화성시는 20년 사이 2만 8535명(2000년)에서 10만 8249명(2020년)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연평균 성장률을 놓고 비교하면 창원은 0.2%에 그쳤지만 화성은 해마다 6.8%씩 성장했다.
지식기반제조업 입지계수(LQ·Location quotient) 즉, 전국의 동일산업에 대한 상대적인 특화·중요도를 측정한 결과 정체하거나 쇠퇴하는 흐름이 분명하다. 창원은 2000년대 5위(LQ 3.61)를 유지하다가 2020년 들어 전국 24위(LQ 2.19)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5위권에 경기·충청권 주요 도시들이 부상했다.
인구 감소는 결국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 만큼 청년인구 추이를 살펴보면 창원국가산단의 변화는 더욱 절실하다. 창원시 청년(19~34세) 인구는 2013년 24만 8134명에 달했으나 10년이 지난 2023년 26.9% 감소한 18만 1221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유출이 심각하다.
◇국내외 스마트 제조 환경 변화 = 세계 주요 제조강국들은 국가 차원의 기술혁신을 추구하면서 산업혁신 전략 관점에서 스마트제조 혁신정책을 펼치고 있다. 창원시정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정책보고서 <창원시 스마트제조 산업 생태계 구축 방안>에는 최신 국내외 산업단지 변화 흐름이 상세히 담겼다. 한국은 2022년부터 스마트제조 혁신기술력 확보 국가연구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며 첨단제조기술·유연생산기술·현장적용기술 3개 부문에 적용하고 있다.
독일은 4년마다 스마트제조·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하는데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참여해 합의를 도출한다. 노동자-기업-정부 즉 노사정 3주체가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관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혁신과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공업정보화부 중소기업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산업화와 관련한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산업 디지털화’와 ‘디지털 산업화’를 동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해마다 범국가 차원에서 미래투자전략을 발표하는데 중점분야 중 하나로 스마트 제조·스마트 공장 실현 달성 목표치를 제시한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산업대개조 단계를 밟고 있다.
◇청년이 일하고 싶은 산단으로 = 기존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한다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 고도화에 발맞춰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은 끊임없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도 일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 예술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일터로 탈바꿈해야 젊은 인재들도 지역에서 일할 맛이 날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창원국가산단 복합문화센터를 찾아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산업에 문화를 입혀 노동자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지난해 3월부터 산학연 전문가 20여 명과 ‘창원국가산업단지 50주년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창원국가산단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공단에 개방형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해 각 기업이 아닌 공동으로 연구개발 사항을 집적화하자는 제안부터 노동자 수요에 맞는 각종 규제 타파가 이뤄져야 한다는 등 변화 목소리가 크다.
미래형 산단 조성을 목표로 창원시와 경남도는 산업·문화·청년이 공존하는 친환경 국가산단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데 힘쓴다. 서정국 창원시 미래전략산업국장은 “기계산업 중심의 창원국가산단에 디지털 대전환을 이뤄 내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될 것이다”며 “전환 과정에서 지역의 대학과 새로운 기술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체계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홍남표 창원시장 인터뷰
"끊임없이 배우고, 문화와 어우러지는 융복합 산단으로"
시민 여가 즐기고 공간 조성
혁신·친환경 등 4개 전략 수립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제조업 성장을 견인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디지털 대전환'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원시는 창원국가산단 50주년을 시민과 함께 기념하고자 산학연 전문가들과 지난해 3월 발전협의회를 만들어 미래 발전 전략 구상에 머리를 맞댔다. 다음은 홍남표 창원시장과 일문일답.
-창원국가산단 현안은?
"지금은 과거와 같이 공급자 위주의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니라, 수요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이 요구되는 시대다. 현재는 시설 노후화, 인력 유출, 기반시설 부재 등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다. 앞으로 단순 생산자보다는 창작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창원국가산단 혁신 목표, 미래 50년 구상은?
"지금까지와 달리 미래 산단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지는 융복합 공간이 돼야 한다. 산단을 조성한 지 50년이 되면서 지력이 고갈되고 있는데, 새롭게 지력을 보강하고자 창원시는 지난해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미래 비전을 위한 4가지 전략을 수립했다. 핵심 가치로 기업이 혁신을 잘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 산단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또 구성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콘텐츠를 확충해 산단에 활력과 즐거움이 넘치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과 공유하고 싶은 점은?
"올해는 산단의 과거 50년을 기념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미래 50년을 위한 '창원국가산단 대개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창원을 대한민국 최고의 제조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힘쓰겠다.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들과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들고, 시민이 행복한 창원을 만들어 가겠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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