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때 기억나는 성평등·인권·환경 정책이 있을까. ‘윤석열 정권 심판’ 대 ‘이재명·조국 심판’으로 뒤덮인 이번 총선에서 성평등·인권·노동·환경 등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 제도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1번 아니면 2번. 총선 결과 22대 국회 거대 양당 독점구조는 더욱 심화했다. 양극화한 정당정치로 시민사회라는 공론장 역시 다양성이 사라지고 진영 논리에 갇혀 서로에 대한 공격성만 더욱 강화될 우려가 있다. 그 결과가 정치에서 다양성은 퇴보하고 소수 정당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양극화 정치…토론보다 공격만 남아 =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 300명 중 94%(283명)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이다. 나머지는 조국혁신당 12명, 개혁신당 3명, 새로운미래 1명, 진보당 1명에 그쳤다.
제3의 관점이 독립적으로 존재한 적이 있는지 곱씹어 보면 민주노동당이 10석을 확보해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제도화 했던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한국 정치 민주주의 정치 퇴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정당 체계 안에서 거대 정당이 아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당 체계가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맞게 어느 정도 다원화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22대 국회 300석 중
민주-국힘 283석 '94%'
공방만 벌이던 사이에
성평등·인권·환경 이슈 실종
싸움 정치, 누구 하나 정치적 생명을 다해야 끝나는 싸움이 반복된다면 시민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정당정치 발전이 낮을수록 영웅화된 정치인이 출몰하고 인기몰이 투표가 반복된다면 사회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양극화된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차이와 갈등이 공존 불가능한 방식으로 정의됨으로써 정당정치를 통해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제도화할 가능성을 축소한다. 사회적으로 유익한 공적 논쟁을 생산하지 않는 일이 지속하고 과도한 파당적 경쟁만이 지배하는 정치만 낳는다.
결국 정치적 양극화는 시민 삶에도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 사람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대화보다 상대를 비난하고 이를 재생산하는 일이 반복되면 남는 것은 목소리 큰 다수의 횡포만 광장을 지배하게 된다. 이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다양성 정치 제자리걸음 = 22대 국회도 ‘오부남(50대·부자·남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에 청년층이 빈약한 문제는 그대로다. 지역구 당선자 254명 연령대를 살펴보면 50세 이상이 223명으로 87.8%를 차지한다. 반면, 40세 이상 50세 미만은 21명(8.3%), 30세 이상 40세 미만은 10명(3.4%)뿐이다.
지역구 당선자 중 여성은 36명(14%)뿐이다. 여성 지역구 당선자는 서울 11명, 경기 14명으로 수도권에 집중됐는데 경남에는 한 명도 없다. 21대 때 29명을 넘어섰지만 비례대표를 모두 합쳐도 전체 의원 중 여성은 60명, 20%에 그친다. 여전히 ‘유리천장’은 높다.
그나마 여성 당선자 비율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 신호이지만 이들이 성평등이나 젠더 정책에 관심을 두고 입법 활동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민사회 영역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권수현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젠더정치연구소장 여세연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여성 당선자 비율이 높아진 것은 한편으로는 유권자 선택에 성별이 중요하지 않고, 실력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여성을 떠나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입밖에 올리는 정치인은 많지 않은 현실은 여전하기에 성평등 정책과 이슈를 의제화 하는 일은 시민사회 영역에서 견인하고 연대해야 할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때 공천할당제를 비례대표 의석에만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도 반영해 특정 성별이 전체에서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22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대한민국 국회 ‘역대 최다’ 기록이지만, 국제의원연맹(IPU) 회원국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진다. 여성가족부 ‘IPU 여성 국회의원 비율·각국 순위’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193개국 가운데 한국은 120위에 머물러 하위권에 있다.
성별영향평가를 정당 운영이나 정치활동 과정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제희 여성평등공동체 숨 이사는 “우리나라에는 정부 정책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평가해 성평등하게 재구성하는 ‘성별영향평가제도’가 있다”며 “정당 운영이나 정치활동 과정에 성별영향평가를 적용하여 그동안 시스템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이었는지 의도하든 또는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적으로 여성이 배제됐다는 사실을 공동체가 인식하는 것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총선 #경남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