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알리는 표지 남기는 기후활동가
1심에서 10만 원 벌금형...대법원까지 가서 확정
"노역으로 기후운동의 정당성 보여주겠다"

경남 어디에선가 ‘기후위기’ 네 글자를 봤다면 박종권(71)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국도와 육교에 펼침막을 내걸거나 솔로 먼지를 털어내는 식이다. 그는 창원과 김해, 남해 등 곳곳에 기후위기를 알리는 표지를 남긴다. 지금까지 남긴 표지만 300건이 넘는다.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려는 행동이다.

박 대표는 2021년 12월 붉은색과 하얀색 페인트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터널과 진전터널, 해안도로 등에 ‘기후위기’ 네 글자를 새겼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가 도내 곳곳에 남긴 기후위기를 알리는 표지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가 도내 곳곳에 남긴 기후위기를 알리는 표지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검찰은 박 대표에게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법정에서 기후운동이 정당하다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 재판부에 의견서와 항소 이유서를 제출하면서 기후위기 상황을 전달하고 기후운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했어요. 시민에게 기후위기를 알려야지요. 왜 벌을 받아야 하는지 사법부에 묻고 싶었어요. 판사에게도 장문의 글을 써서 기후위기 문제를 알렸어요.”

박 대표는 2022년 11월 5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벌금 10만 원 형을 받았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강지웅 부장판사는 정치·사회적 표현의 자유 실현을 언급하면서 박 대표의 주장을 존중했다. 그러나 지우기 어려운 페인트로 글씨를 쓴 수단이나 방법에서 상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항소했다. 그는 “기후위기 글씨는 벌써 다 사라졌고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다”며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해 기후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공공기물에 글씨를 쓴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게 항소 이유였다.

지난해 9월 1일 2심에서 항소가 기각됐다. 이미 1심에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기에 항소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박 대표의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으나 12일 상고가 기각되면서 1심 형이 확정됐다.

“만일 판사가 이번 사건에 무죄를 내리면 사회적 파장이 컸겠지요. 판사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이 정당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누가 판결한 거냐고 따지면 부담이 됐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순순히 벌금형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그는 정당성을 주장할 마지막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이제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내 몸으로 항변할 겁니다. 판결을 인정할 수는 없어요. 벌금을 내지 않으면 하루에 5만 원 노역을 살아야 한대요. 저는 벌금을 내지 않고 노역을 살 겁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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