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낸 세금인데도 단체·기관장 또는 공무원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주머닛돈'. 업무추진비에는 여전히 이 같은 비판이 따라붙습니다. 지금처럼 자세한 사용 내역이 누리집에 공개되기까지 시민단체와 언론은 주먹구구식 집행을 지적하고 투명성을 요구했습니다. 창원지방검찰청 역시 '사전정보공표대상'으로 검사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2010년부터 매달 누리집에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를 식비 따위로 과도하게 지출하는 관행 탓에 업무와 관련돼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창원지검 명세서와 영수증은 역시나 먹칠로 가린 부분이 많아 예산을 제대로 쓰는지 따져보기 어려웠습니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은 기록과 판별 작업을 거쳐 업무추진비 지출 행태를 살피고 부적정 의심 사례를 찾아냈습니다. 창원지검 자료가 인근 경남도청이나 도교육청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봤습니다.
대검찰청 예산 집행 지침에 따라 건당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과 성명을 기재한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업무 관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창원지검이 공개한 자료에는 이런 명단이 기록 또는 첨부돼 있지 않았다. 업무추진비 적용 범위에 있듯이 창원지검은 언론사와 간담회도 이따금 진행했는데 경남도민일보와 저녁을 먹은 기록도 남아 있었다.
◇50만 원 이상 '26건' = 2017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건당 50만 원 이상 지출한 사업은 최소 26건. 일부 명세서나 영수증이 빠진 것을 고려하면 건수는 이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16건이 영수증을 읽어낼 수 없었는데, 지출 금액이 지나치게 큰 △2019년 6월 13일 2분기 법무행정협의회 간담회(113만 5000원) △2019년 6월 3일 검사장님 주최, 독신자 숙소 직원 간담회(99만 6000원) 등 사례도 있었다.
영수증이 있는 경우에는 △2019년 2월 13일 검사장님 주최, 전입검사 환영 오찬 간담회(64만 1400원·창원 용호동 스테이크 레스토랑) △2022년 6월 2일 각 부별 미제 업무 일소 등 방안 논의를 위한 부·과장 업무협의(55만 2000원·창원 팔룡동 중식당) 등이 눈에 띈다.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집행 내용을 보면 △2018년 2월 5일 상반기 전입검사 환영 오찬 간담회 49만 8000원(영수증 해독 불가) △2020년 12월 3일 총무과(총무, 재무, 관리계) 간담회 48만 원(영수증 해독 불가) 등처럼 50만 원에 가까운 40만 원대 지출도 잦았다.
◇쪼개기 결제 의혹도 = 40만 원대 지출이 많다 보니 '영수증 쪼개기' 결제가 의심되는 부분도 발견됐다. 이 같은 분할 결제는 대검 지침에서 명시한 부적정 사례다.
창원지검은 2019년 1월 14일 창원 용호동 전복요릿집에서 '검찰·법무기관장 만찬 간담회'로 49만 원을 쓰고,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사무국장 주최, 현장수사지원반 격려 간담회'로 4만 6000원을 썼다. 이날 점심과 저녁에 차례로 행사를 열었거나 저녁에 두 행사를 한꺼번에 열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 금액이 50만 원 이상이어서 '쪼개기' 결제를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또 지난해 11월 8·9·10일 '강력, 아동, 성폭력 사건 업무 처리에 관한 형사2부 업무협의'가 3회 진행됐는데, 각각 21만 8000원(창원 사파동 소고기구이집), 24만 5000원(창원 사파동 양식당), 3만 7000원(창원 상남동 종합상가 내 커피전문점) 영수증을 남겼다. 사흘간 지출 금액을 더했더니 공교롭게도 딱 50만 원이 나왔다.
한 부서가 같은 목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지출할 때 50만 원을 넘기지 않으려 했다고 짐작되지만, 꼭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5월 19일 '사건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사건과 업무협의-2'(48만 원·창원 상남동 고깃집)와 같은 날 '~사건과 업무협의-3'(9만 6000원·창원 사파동 초밥집)가 각각 진행됐는데, 둘을 합치면 50만 원을 넘는 지출이었다. 더구나 같은 달 16~23일 이 같은 '사건과 업무협의'는 모두 다섯 차례 진행됐는데, 일주일 사이 91만 8000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과 안에 있는 사건계, 검찰계, 원스톱 피해자지원팀, 민원실, 전산실 등 5개 하위 부서별로 지출했다고 유추해볼 수도 있다.
◇참석자 명단은 어디에? = 앞서 인천·경기지역 독립언론인 <뉴스하다>와 <뉴스타파>가 공동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업무추진비 5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쪼개서 결제를 하고, 소주·맥주 49병을 먹은 사실을 숨기려고 허위로 구매 내역을 조작한 영수증을 발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누리집에 지청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할 때도 허위 정보를 게시했다.
세금도둑잡아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지난 11일 논평을 내고 "건당 50만 원 이상이면 주된 상대방의 소속·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한 기획재정부 지침을 회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할 결제'를 금지한 대검찰청 예산집행 매뉴얼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추진비 집행에서도 검찰조직 내부에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이라며 "검찰의 예산 집행에 특별검사, 국정조사 도입과 외부기관에 의한 전면적인 감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대검 지침에 따라 참석자 명단을 첨부하고 있는지, 명세서에서 먹칠로 가린 부분이 참석자 이름인지를 물어봤다. 창원지검 총무과 재무계 관계자는 "(대법원) 재판 결과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자료만 드린 것이고, 판결 취지에 따라서 공개한 것"이라는 설명만을 되풀이했다.
◇언론사와 간담회 3건 = 공개한 자료가 부실하다 보니 행사 날짜와 결제일이 다른 사례도 있었다. 2019년 12월 9·10·12일 결제 영수증(창원 사파동 베이커리 등)을 첨부했음에도, '유관기관 공무원 표창수여식(12/26), 정년·명예퇴임식(12/27), 직원모임(1/2) 진행경비'로 90만 6230원을 썼다고 기록한 명세서가 있었다.
사업 내용이 적힌 명세서는 없고, 2020년 10월 26·28·29일 창원 사파동 마트·제과점·카페와 남양동 과일가게 등(58만 9140원)을 이용한 영수증 5개와 매출전표 1개만 첨부한 사례도 있었다.
'직원 격려' 차원으로 떡·과일을 나눈 행사는 7건이 있었다. △2019년 10월 28일 가을맞이 전 직원 떡나눔행사 49만 9000원(영수증 해독 불가) △2020년 7월 17일 초복맞이, 전 직원 수박나눔행사 49만 원(창원 내서읍 과일 도매상) △2020년 12월 9일 사무국 직원 격려 과일나눔행사 40만 원(창원 석전동 과일가게) 등인데, 모두 50만 원 미만 지출 행태를 보였다.
명세서에는 외부 기관과 간담회 기록도 있다. 이 가운데 언론사가 있는데, 경남도민일보도 포함돼 있었다. 창원지검은 2018년 10월 22일 '검찰·언론사(경남도민일보) 만찬 간담회'로 창원 산호동 초밥집에서 21만 원을 지출했다. 언론사명이 적혀 있지 않은 2019년 4월 22일 '검찰·언론사 만찬 간담회'(47만 원·영수증 해독 불가), 2019년 5월 21일 '검찰·MBC경남 간담회'(58만 8000원·영수증 해독 불가)도 있었다.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사회적으로 퍼지던 2018년 2월, 창원지검은 7~9급 여성 수사관·실무관·공무직 실무관 대상 '양성평등 구현을 위한 직급별 간담회'도 업무추진비로 진행했다.
/시민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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