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이거나 이미 사라진 새들
황새·따오기처럼 복원돼 돌아왔으면

호사비오리가 우포늪에서 가까운 합천과 고령 사이로 흐르는 모래강에서 지난해에 이어 6쌍이 겨울을 나고 있다. 호사비오리는 백두산 산지, 중국 동북부 아무르 유역, 러시아 우수리 유역 등 원시림 계류 활엽수 구멍에서 번식한다. 호사비오리는 현재 지구 상에 1000여 마리가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매우 희귀한 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원 하천 계곡에서 12마리가 관찰되었으며, 그 후 충남 대청호와 최근에는 강원도 춘천호, 진주 남강에 소수가 도래하여 월동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남한에서는 100여 마리가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남에는 가야산과 지리산 계류를 따라 자연형 하천에서 조약돌 모래나 자갈로 이뤄진 퇴적 지형의 사주와 얕은 여울이 중요한 서식지로 밝혀졌다.

지난해와 올해에 호사비오리를 관찰하면서 따오기 복원을 생각한다. 해 질 무렵 우포에서 복원한 따오기가 왕버들을 거쳐 미루나무 가지에 앉아 밤을 새우는 모습을 본다. 별빛 아래서 그 모습을 보면서 호사비오리도 '조선원앙-원앙사촌'과 따오기처럼 조만간 멸종할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오래전 일을 되새겨 본다.

1990년대 중반에 우포늪을 찾아와 황새와 따오기 복원을 제안한 김수일 교수를 잊을 수 없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우포늪이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야생동식물 서식지가 되었다는 소식에 인연을 맺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조류에 관한 이야기는 '원앙사촌'이다. 원앙사촌은 아쉽게도 국내에는 표본 한 점 없는 옛 이름으로 '조선원앙'이다.

그는 가야시대 오리 토기에서 원앙사촌을 닮은 모형을 보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황새 복원에 직접 앞장섰고, 따오기는 나에게 복원 제안을 하였다. 아쉽게도 함께 복원 준비를 하는 과정에 돌아가셨다.

이화여자대학교에 있는 원앙사촌 목각표본은 김 교수가 손으로 직접 빚은 것이다. 원앙사촌은 세계적으로 이미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적 희귀종이다. 특히 지구상에서 단 3회의 채집기록만이 있어 희소가치가 더욱 높다. 이러한 귀한 새가 1894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최초로 채집된 이후 나머지 2회는 한국의 금강(1913년 혹은 1914년)과 낙동강(1916년)에서 채집된 기록이 있다. 그 표본인 한국산 원앙사촌 암수 한 쌍은 일본 야마시나조류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그런데 가야시대 오리 토기에서 원앙사촌을 닮은 모형을 김 교수는 보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김 교수와의 대화 기억을 떠올리며 습지고고학을 한 전문가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15년 전 내가 김해박물관 토기를 보며 원앙사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혹 관련 연구가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했다.

사실 우리 문화 속에서 사라진 새들을 찾아 다시 복원하는 일도 고민할 때다. 따오기를 복원하고자 '오래된 미래'를 찾아 나섰듯이 원앙사촌을 찾아 또 시베리아, 북조선, 그리고 낙동강 가야 시대 역사 속으로 다시 나를 소환하는 먼 여행을 꿈꾸자니 불현듯 행복해지는 아침이다. 황새·따오기가 복원되듯이 눈앞에 있는 절멸 위기 호사비오리와 절멸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원앙'이 다시 낙동강으로 돌아오기 기다린다. 가야토기에 문양으로 남긴 선조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생태문화 속에 다시 그 흔적을 유지하기를 두 손 모은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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