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출발해 주남저수지·우포늪까지
지역 특징 기반한 생태관광벨트 구축을
"대한민국 국민과 외국인 981만 2157명이 사랑한 박람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오늘 폐막했습니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10월 마지막 날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나는 댓글을 달았다. "제10차 창원람사르협약총회는 후속 조치 부족으로 지역 생태자산을 순천정원박람회 같은 미래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제 순천시의 생태자산과 역사문화자산, 예술자산을 통합적으로 기획하여 아이들과 노인들의 일상적인 생태학습장으로 운영되어 지구촌의 대표적인 생태전환 민주시민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소원합니다.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라고.
노 시장은 2022년 스위스람사르총회장에서 "제10차 창원람사르총회가 열리면서 당시 경남도지사가 5억 원을 지원하고, 총회 기간 경남도가 우포늪과 순천만을 오가며 내외국인들을 방문하도록 하여 오늘날 순천만을 디딤돌로 하여 '순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며 늘 경남도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1997년 창녕 우포늪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환경부가 지정하자, 순천시의 시민단체인 '동부사회연구소'에서 당시 마창환경운동연합으로 연락이 왔다. "순천시가 순천만 습지를 하도 정비 명목으로 준설선을 띄워 하천 모래를 퍼서 적재하고 있다"며 현장을 보고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고 우여곡절 끝에 전문가들 협조를 받아 지금 순천시의 상징이 된 흑두루미 79마리와 황새 등 7종류의 천연기념물을 찾아내면서 법률에 따라 문화재청과 환경부의 공사중지 명령을 이끌어 냈다. 이렇게 순천만도 우포늪처럼 2002년 람사르습지로 태어났다.
우포늪과 순천만은 시민사회의 보전 운동을 정부가 수용하여 국제적인 람사르 습지로 등록한 민관협력의 모범 사례이다.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등 낙동강이 만든 다양한 습지에는 억새숲이 바람에 흩날리며 많은 사람이 가을을 즐기고 있다.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날아들고 우포늪에도 겨울 철새들이 매일 늘어나고 있다. 10월 30일 기준으로 큰고니 70마리와 노랑부리저어새 117마리, 기러기류까지 1500여 마리가 습지에서 먹이활동에 분주하다.
마침 람사르총회와 따오기 복원 15주년을 맞아 경남람사르환경재단에서 기획하여 낙동강습지벨트를 따라 탐조여행을 시작한다.
11월 4일부터 5일까지 1박 2일 동안 서울역에서 출발해 낙동강 하구와 화포천 그리고 주남저수지를 거쳐 우포늪에서 일정을 마치는 프로그램이다. 수도권 아이들과 가족들이 탐조열차를 타고 경남의 습지생태자원인 겨울 철새를 관찰하며 생태관광을 즐기는 것은 멋진 기획이 아닌가?
얼마 전 고교 졸업 50주년 수학여행을 순천만과 여수 밤바다로 1박 2일 다녀왔다. 전국에서 함께 한 70명의 동기의 소감 중 귀담아들을 것이 있었다. "주남저수지가 있고 마산만이 있는데 우리는 왜 '가고파'의 바다를 이렇게 만들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푸념이었다.
지금도 늦지 않다. 그 출발점으로 낙동강 습지탐조열차에 참여하는 탐조객이 그동안 개별적 습지 관광에서 느끼지 못했던 낙동강 유역 습지가 지구 생태계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느끼게 되길 바란다.
경남도와 부산시 등 낙동강 유역 지자체들도 단순한 관광에서 나아가 지역적 특징에 기반을 둔 계절별·주제별 생태관광으로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더하여 경남의 자연유산인 낙동강습지벨트와 남해안 생태관광벨트를 통합적으로 잘 디자인하여 지속 가능한 생태관광으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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