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서 배우는 지속가능 관광
지역 자연·문화자산 활용 큰그림 그려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휘감아 물이 돌아 흐른다고 하여 '물동이동'이라고도 한다. 마을을 감싸도는 화천(花川)은 낙동강 상류이며, 그 둘레에는 퇴적된 넓은 모래밭이 펼쳐져서 경관이 아름다운 자연문화유산이다. 특히 1999년 방문했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곳에서 73세 전통 생일상을 받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내외의 큰 관심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은 세계자연기금(WWF) 총재로 한국을 방문한 뒤, 한국의 자연보전 활동가들을 영국으로 초청했다.
필자는 이때 10박 11일 동안 자연보전지역 생태관광을 잊지 못한다. 원시생태지역 보호와 지역 자연자산을 주민과 공유하며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자본 중심의 자연파괴 관광을 막기 위한 대안적 의미의 새로운 현장이었다. 짝퉁 중심 개발 관광인 한국적 상황에서 한길로 가는 환경운동가와 정직한 전문연구자, 건강한 행정가에게는 지역 자원에 대한 충분한 배움이었고, 주민까지 조직하는 일에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댐과 모래, 자갈 채취 등 강의 흐름을 바꾸는 반 생태적 개발을 막고자 강 상류 보전을 통해 "강이 남긴 천연의 예술 강, 에덴의 강"으로 주민들이 부르며 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래프팅을 비롯한 자연을 느끼고 즐기는 생태관광 성공 사례를 체험했다. 지역 자연자산을 보호하는 생태관광 기획자를 공동체 속에서 육성해 내는 일 또한 중요한 일이었다. 동물복지 생태관광도 코끼리나 유기동물을 만지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먹이를 나누고 몸을 씻어주는 노동 봉사 생태관광과 마을에 쓰레기 한 점 남기지 않는 책임관광을 하는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생태관광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도전 과제로 떠오른 여행이었다.
그런 점에서 안동 하회마을의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을 살펴보자.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하회마을에서 고려시대부터 전승되어온 양반과 선비를 풍자하는 별신굿, 탈놀이도 포함되었다. 이것은 풍산 류씨들이 지금의 하회마을에 이주하여 자리를 잡아 가문을 이루면서도 별신굿과 같은 기존 민속문화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후원하였다. 하회마을 전통문화는 박제된 문화가 아니라 여전히 현실에서 꿈틀거리며 실존하는 문화여서 온 마을이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그렇다면 낙동강 중류 지역인 합천 황강과 진주 남강, 밀양강이 합류하는 지역에 흩어진 생태문화역사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이다. 우선 낙동강 중류 지역은 남강과 연계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시기에 홍의장군 곽재우를 비롯한 의병운동으로 마을과 나라를 구한 역사의 현장이다. 일제 침략 때에도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나거나 지역에 남아 독립자금을 보낸 백산 안희제 등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고장이다. 낙동강 중하류 지역을 중심으로 고령의 대가야와 금관가야 유적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 자산에 더하여 낙동강의 가장 큰 자연유산은 강이 만든 배후습지들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로 생물다양성 보물창고이다.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화포천 등 강변에 산재한 습지들은 가을이 되면 북쪽에서 도래하는 고니류와 기러기류·오리류 같은 야생조류도 귀중한 생태관광 자산이다. 이런 자연역사문화자산은 통합적 디자인이 필요하다. 새로운 디자인 팀은 분야별 진심을 다하는 장인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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