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관 설립 목적 지역사 넘어서야
다양성·지속가능성 공존하는 공간으로

이른바 20세기 후반 이후를 뮤지엄 시대(Museum Age)라 지칭할 만큼 최근 몇 십 년간 뮤지엄은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고 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뮤지엄에 옹색했던 우리나라도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공공미술관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와 경북도가 도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충주시를 비롯해 춘천시, 화성시, 경주시, 여수시, 제천시, 구리시, 전주시, 청도군, 부여군, 해남군 등이 공공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경남지역만 해도 창원시, 김해시, 통영시, 밀양시, 거창군 등에서 공공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도시들은 왜 공공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아마도 '이건희 컬렉션'이 자극이 되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2만 3000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가에 기증되면서 국립박물관 수장고 포화 문제로 전용관 신설 및 유치전 등이 사회적으로 확산했고 그러면서 공공미술관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입장이 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만 하더라도 창원시가 마산 해양신도시에 유치를 추진하면서 '지역특화형 문화시설' 추진이 이어졌고, 대전시 옛 충남도청사에 조성이 계획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 건립도 설계 과정에서 사업비 증액에 따른 추가 행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 외에도 대구시와 전북 정읍시, 진주시 등도 여전히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디지털아트관'으로 특화해서 유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미술관 역사는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 개관이 시작이다. 이후 198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이어 광주·부산·대전시립미술관이 잇따라 개관했다. 1999년에는 정부가 '1도 1미술관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국 시·도립 미술관들이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문제는 건립 목적이 대부분 지역미술사 정립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예술적 현상을 행정 구역에 맞춰 배타적으로 설정한 탓에 지역 거점 미술관이 되어버려 지역 미술사 정립이 제한된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물고기 '고이'처럼 미술관 또한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배타적인 설립목적이 달라져야 하는데, 지금 추진 중인 공공미술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건립계획을 보노라면 모두가 국제적 수준의 미술관을 조성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출발한다. 하지만 예상하건대 대개는 그럴듯한 건물을 짓는 것으로 끝이 날것이다. 건축보다는 그것을 운영할 전문 인력 확보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지속적 생산과 제공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미술관은 거창군 사례처럼 공간의 경직성과 경제적인 부담을 완화하고자 지자체의 특색을 반영한 아트갤러리로 '지역사'를 넘어, 변화하는 공간, 움직이는 공간,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공유되는 '공론장'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2년 전 세계 130여 개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박물관협의회는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새로운 정의를 채택했다. 이 새 정의는 기존 비영리(non-profit)라는 단어를 비영리 추구(not-for-profit)로 완화하는 대신, 다양성과 윤리성을 강조했다. 즐거움(enjoyment) 제공의 기능이 복권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황무현 마산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